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프런트 출신 인사가 프로야구단 지휘봉을 잡은 역대 첫 사례. 야구계도 놀랐고, 스스로도 놀랐다. 처음 이장석 대표 방으로 들어가던 26일 오후 3시부터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27일 오후 3시까지, 딱 24시간 사이에 너무 많은 게 달라졌다. 장 감독은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라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다. 이장석 대표와 얘기를 나눌 때도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고, 마지막에 배웅까지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며 "갑자기 감독이 됐지만, 여전히 선수들과 동네 형처럼 편하게 지내고 싶다. 내 야구가 아닌 '우리' 야구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나조차도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인데, 나라고 안 놀랐겠나. 어제(26일)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똑같이 내 일을 하고 있었다. 대표팀이 부르셔서 방에 들어갔다가 제안을 받고 정말 깜짝 놀랐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발표 나기 전에는 못 믿겠다'고 하더라."
-긴장과 부담이 많이 될 텐데.
"아직은 머리 속이 하얗다. 앞으로 많이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훌륭한 코치 분들이 팀에 많이 계시니까 걱정이 좀 덜하다. 그분들과 계속 상의할 것이다. 또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시스템도 많이 안착됐으니, 좋은 방향으로 계속 연구해 나가면 내가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가장 먼저 '내가?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과 한참 얘기를 나눴다. 나 역시 대표님을 믿었기에 이 팀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동안 대표님도 내게 믿고 맡기시는 부분이 있다고는 느껴왔다. 감독 제안을 하고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면서 가장 많이 '믿음', '신뢰'라는 단어를 언급하셨다. 그 단어가 가장 머릿속에 들어왔고, 감동을 받았다. 그 얘기를 계속 들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넥센은 지난 4년간 성적이 좋았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몇 년 간 가을야구를 계속 해왔고, 이걸 유지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한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 시스템은 안정이 돼 있고, 선수층도 두껍다. 장점을 잘 살리고 싶다."
-지도자 경력이 없는 감독이라 현장 경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부분에서 자신감을 가졌나.
"현장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이 어떤 걸 원하고 어떤 것이 불만인지, 그리고 어떤 야구를 원하는지 등 뒤에서 들으면서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안에서 안 좋은 부분은 걸러내고, 선수들을 좋은 방향으로 끌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어떤 야구를 펼치고 싶나.
"이런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기가 좀 그렇다. 어젯밤 잠 한숨 못자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내 야구가 아니라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야구를 하고 싶다. 야구는 선수들에게 맡기고, 나는 정신적인 부분이나 체력적인 부분을 잘 관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겠다. 일단 코칭스태프가 확정되고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가면 내년 구상이나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코치들과 만났나.
"엊그제까지만 해도 코치님들과 통화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 대표님이 대신 코치님들을 뵙고 미팅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 부친상을 당했다.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좋아하셨을 텐데.
"안 그래도 그 생각 때문에 많이 뭉클했다. 살아 계셨다면 정말 그 누구보다 좋아하셨을 것 같다. 아버님을 뵈러 한번 다녀와야할 것 같다. 아버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에도 굉장히 야구를 좋아하셔서, 내가 뛰지 않는데도 넥센 경기를 다 챙겨 보셨다. 요즘은 어머니가 홀로 야구를 보시면서 아버지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리신다. 내가 감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또 울고 계신 건 아닌가 싶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우리는 '하나'이고, '우리 팀'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 야구' 말고, '우리 야구'를 해보고 싶어서다. 너나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했다는 것이 늘 입에 밸 수 있도록 강조하려고 한다. '우리'라는 단어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