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하게 말하자면 이번 주 '닥터 스트레인지'와 '럭키'의 아성을 무너뜨릴 개봉작은 사실상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럭키'가 지배하고 있는 현 스크린에서 어쩌면 개봉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고 개봉 하는 것이 전부인 영화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고는 여느 영화들 못지 않게 똑같다. 애초 흥행을 기대한 작품들이 아니기에 배우들 역시 보여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속내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여느 해와 달리 이례적으로 신작들이 쏟아질 예정이지만 첫 스타트는 다소 조용하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고 흥행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이변이 도사리고 있는 스크린. 11월 첫 주도 어쨌든 흘러가리라. ▶두번째스물 줄거리: 20대 때 뜨겁게 사랑했던 커플이 오해와 엇갈림 속에 이별, 40대에 이탈리아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출연: 김승우·이태란 감독: 박흥식 등급·러닝타임: 청소년관람불가·116분 개봉: 11월 3일 300톡: 쉽게 표현해 어른의 사랑. 조금 더 단순하게 말하면 결국 불륜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없다. '내 첫 사랑을 먼 훗날 낯선 타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라는 고상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겼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강점인 김승우와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태란이 상상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유연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서 특별한 반전은 없다.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하지만 씨가 말라버린 장르인 만큼 간만에 등장한 멜로 영화는 반갑다. 한국과 이탈리아가 최초로 선보이는 합작 프로젝트로 흡사 이탈리아 홍보 영상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눈으로 담아내기 어렵지는 않다.
▶어떻게 헤어질까 줄거리: 인간의 영혼이 들어간 수상한 고양이와 고양이 안에 들어간 영혼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남, 그리고 고양이 주인이자 능력남 이웃에 사는 여자가 가족이 돼 서로를 사랑하고 또 이별하는 감성 드라마 출연: 서준영·박규리 감독: 조성규 등급·러닝타임: 12세관람가·103분 개봉: 11월 3일 300톡: 이웃일 뿐이었던 남자와 여자 사이 그리고 두 사람의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고양이. 극 초반 웃음과 귀여움이 가득한 이 작품은 고양이가 암에 걸린 후 숨겨진 사연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서준영과 박규리는 판타지 감성이 가득한 영화에서 현실적인 커플을 연기하며 '이별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몰입감을 떨어드리는 어색한 연기가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소소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있어 무리수를 두지는 않는다. 누구든 한 번쯤 빈 종이에 두서없이 쓱싹쓱싹 적었던 습작 같은 영화다.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줄거리: 가난과 절망의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완벽 범죄를 계획한 형제와 본능적 감각으로 그들을 추격하는 베테랑 형사의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 출연: 크리스 파인·벤 포스터·제프 브리지스·케이티 믹슨 감독: 데이빗 맥킨지 등급·러닝타임: 15세관람가·103분 개봉: 11월 3일 300톡: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의 범죄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서부라는 상징적 도시의 몰락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맥을 함께 한다. 뉴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서부 텍사스를 재탄생 시켰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들은 배경과 함께 더욱 돋보인다. 주인공 크리스 파인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감독을 만났다. 어떻게든 출연하고 싶었다"는 애정을 드러낸 영화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제프 브리지스의 끈질긴 은퇴 형사 연기는 역시 대체불가, 이번에도 옳다.
▶아프리칸 닥터(The African Doctor) 줄거리: 프랑스의 한 시골마을에 이주한 아프리카 출신 의사 가족이 뿌리깊은 차별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고난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실화 출연: 마크 진가·에이사 마이가 감독: 즐리앙 람발디 등급·러닝타임: 12세관람가·93분 개봉: 11월 3일 300톡: 올해 6월 프랑스 현지에서 개봉해 56만 관객을 모으며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깜짝 놀라게 만든 저예산 영화다. 평생 흑인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흑인 의사와 가족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낯선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문화의 차이를 유러머스하면서도 사려깊게 다뤄 프랑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이다. 특별한 홍보나 광고 물량을 쏟아내지 못하는 작은 수입 영화로 국내 최대 영화 사이트에서 사전 선호도 조사 1위를 차지, 한국 관객들의 마음까지 흔들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