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발(發) 헬게이트'가 연예계마저 집어삼킬 기세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그의 최측근 고영태(호스트바 시절 예명 고민우), 최씨의 조카 장유진씨(최근 장시호로 개명)가 연예계 인사와 깊이 연계돼 있다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연예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단순 친분 혹은 안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녀사냥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먼저 거론된 인물은 김남주다. 그는 고영태가 만든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 제품을 협찬받았다. 2012년 김남주는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빌로밀로 가방을 들고 나왔다. 당시 '김남주 가방'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수천 개가 완판됐다는 기사도 이어졌다. 빌로밀로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 가방'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지난해 폐업했다. 김남주는 이에 대해 어떤 인연으로 가방을 들게 됐는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채널 A는 "고영태가 김승우, 황정민 등이 속한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 입단해 투수로 활동하면서 연예계 인맥을 늘렸다"고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배우 고주원과 박해진은 고영태와 과거 친분 혹은 안면 때문에 루머가 퍼지고 있다. 한 매체가 '고영태와 고주원이 사촌지간이고, 이 때문에 플레이보이즈에 입단해 연예계 인맥을 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고주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과거 알고 지낸 사이일 뿐 사촌 관계는 전혀 아니다. 또 군 입대 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는데 갑자기 루머에 휩싸이게 돼 황당하다"고 밝혔다.
박해진의 소속사 역시 "14년 전 부산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이 갑자기 고영태와 친분 사진으로 둔갑돼 당혹스럽다. 박해진은 사진 속 인물이 고영태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당시 술자리에 열댓 명이 참석했고 모두 다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친분설을 반박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헬스 트레이너 정아름은 안무가 배윤정과 함께 늘품 체조를 기획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억울함을 호소했다. 늘품 체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해 만든 생활 체조로, 약 3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차은택씨가 최순실씨로부터 특혜를 받아 만든 프로젝트로 거론되면서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정아름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늘품 체조가 만들어진 경위는 모른다. 2014년 차은택 감독에게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몇 개월간 일하면서 받은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전체 예산을 알았다. 내가 돈이나 챙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정말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좋은 취지에서 한 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늘품 체조란 이름 자체와 체조의 컨셉트가 (문체부로부터) 정해진 상태에서 나와 안무가 배윤정씨는 동작을 짜서 넣는 일만 했다. 기획이 아닌 단순 동작의 납품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유진씨 역시 연예계 인사와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설립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7000만원의 예산을 받은 사단법인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특히 유명 스포츠 선수는 물론이고 연예계에서 활약했던 인물이 설립 초기부터 관여해 왔다. 또 일각에서 장유진씨가 몇몇 연예인과 교제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주진우 기자(주간지 시사인)는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최순실씨의 조카 장유진씨가 연예계에 발이 넓어 차은택씨를 최순실씨와 연결해 줬다"고 주장했다.
전 방위에 걸친 '최순실발' 연예계 파문과 관련해 한 기획사 관계자는 "워낙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연예인들이 자칫 이슈막기용 마녀사냥 희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순실씨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음모와 비리를 잘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단순 친분만으로 피해자처럼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최씨의 비리와 의혹이 명명백백 밝혀져 더 이상 연예인들이 이슈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 역시 "최순실 사태로 시국이 흉흉해 자칫 광고 행사나 방송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조심스럽다. 최순실 사태 전 핼러윈 행사 섭외를 받았는데 행사장에서 '비상시국인데 생각 없이 웃고 떠드냐'는 말이 나올까 봐 두렵다"며 마녀사냥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