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 시즌 최다 승수(93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KS)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투수력과 타격, 수비까지 압도적이다. 창단 이후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2016년 두산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일간스포츠는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재임 1988~1990년), 윤동균 일구회 회장(재임 1991~1994년),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재임 1995~2003년) 등 역대 감독 3인에게 '힘'의 원동력을 물었다.
◇기동력과 투·타 밸런스
기동력은 두산의 전력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은 전통적으로 기동력을 중시했다. 뛰는 야구로 재미를 보면서 '육상부', '허슬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윤동균 회장은 "두산의 기동력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중요한 1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건 결국 기동력 아니었나. 중심타선에 있는 선수들까지 뛸 수 있는 자원이 수두룩하다. 기동력은 시즌 뿐만 아니라 단기전에서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의 말처럼 두산은 KS 1차전 연장 11회에서 1·2루 주자가 짧은 외야 플리이 타구 때 한 베이스를 더 훔쳤다. 압박을 느낀 NC는 오재원을 거르고 만루 작전을 택했다. 1사 만루에서 나온 오재일의 희생플라이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이었다. NC 우익수 나성범의 강한 어깨를 감안하면 홈에서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3루 주자 허경민은 정확한 태그업과 슬라이딩으로 홈을 먼저 찍었다. 윤 회장은 "1차전을 승리하면서 두산이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역대 감독 3인은 "올해 두산의 투·타 밸런스는 완벽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2001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 마운드보다 방망이의 힘이 컸다. 정규시즌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박명환·진필중 등 특정 투수의 역할이 매우 컸다. 2001년과 비교하면 올해 투·타 짜임새가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윤동균 감독은 "3위를 차지했던 1993년 팀 전력과 비교하면 올해가 훨씬 안정적이다. 김상진이 에이스 역할을 해줬는데, 올해 마운드는 그런 투수가 4명이나 있다"고 했다.
◇경험의 여유, 긍정의 두산
KS를 지켜본 이광환 위원장은 "여유가 승부를 가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두산은 지난해 우승 경험이 있어서인지 선수들의 얼굴에 여유가 묻어나온다. 반면 NC는 쫓기는 느낌이 든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서 '한 번 해보자'는 의욕이 생겼겠지만, 1·2차전을 내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을 것이다. 단기전에서 심리적인 요인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두 팀의 전력은 사실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두산의 더그아웃은 늘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긍정적인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 낸다. 선수들은 더그아웃 분위기에 대해 "오랜 전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허경민은 "신인 시절부터 더그아웃 분위기는 한결 같이 밝다"며 "경기를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연패에 빠져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강한 마운드 전력이 팀 분위기에 안정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40승을 합작했다. 야수진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게 된다. 단기전에서 마운드 전력은 절대적이다. 내가 팀을 맡은 첫 시즌(1989년)엔 마운드 전력이 떨어졌다. 직전 시즌 투수들이 너무 많이 던졌다. 김진욱과 최일언이 열심히 던져줬다.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프런트의 장기 플랜
두산 프런트에는 베테랑들이 많다. 오랜 기간 야구단의 여러 분야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프로야구가 양적·질적으로 발전하면서 프런트 역량은 시즌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두산는 프로 원년부터 '장기 플랜'을 세웠던 팀이다. 일찌감치 2군 전용 훈련장을 만들어 유망주를 키워냈다. 2군을 최초로 운영한 팀이 삼성과 두산(전신 OB)이었다. 끊임없이 유망주가 등장하는 '화수분' 야구는 이렇게 가능했다.
윤 위원장은 "1993년 3위를 차지한 뒤 현장과 프런트 모두 1995시즌 우승을 목표로 했다. 멤버가 정말 좋았다. 1994년 아쉽게 성적이 떨어지면서 나는 물러났지만, 결국 1995년 우승을 했다. 구단은 계획에 맞춰 선수를 육성하고, 필요한 전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을 우선했던 두산이지만 2014년 겨울 FA 투수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했다. 확실한 토종 에이스 투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투자를 했다.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장원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인식 위원장은 "NC와 비교해 토종 선발 전력이 앞선다. 장원준의 영입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선발진이 강한 두산의 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