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월드시리즈(WS)와 2016년 한국시리즈(KS)가 묘하게 닮았다. '투수력>타력' 상관관계가 형성됐다.
노조 파업 여파로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1995년 메이저리그 WS는 창과 방패의 대결로 압축됐다. '방패'는 3선발을 보유한 내셔널리그 챔피언 애틀랜타였다. 애틀랜타는 그해그레그매덕스(19승2패 평균자책점 1.63)- 톰 글래빈(16승7패 평균자책점 3.08)- 존 스몰츠(12승7패 평균자책점 3.18)로 이어지는 '선발 3각 편대'가 견고했다. 3명이 정규 시즌 팀의 90승 중 52.2%를 책임졌다. 4선발 스티브에이버리도 18승을 두 번이나 기록한 왼손 투수다.
'창'은 클리블랜드였다. 1954년 이후 41년 만에 WS 무대를 밟은 클리블랜드는알버트 벨(타율 0.317, 50홈런, 126타점)- 매니 라미레즈(타율 0.308, 31홈런, 107타점)- 짐 토미(타율 0.314, 25홈런, 73타점)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응집력이 강점이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시즌 팀 홈런 200개를 넘긴 유일한 팀(최하 94개 필라델피아)이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 낸 타자만 7명. 1번 타자 케니로프턴이그해도루왕이었다. 상, 하위타선에서 물샐틈이 없었다.
1995년 월드시리즈에서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클리블랜드를 꺾은 애틀란타. 막상 뚜껑이 열린 WS는 애틀랜타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애틀랜타는 홈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 에이스 매덕스가 9이닝·2피안타·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글래빈이 6이닝·3피안타·2실점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3차전 패, 4차전 승, 5차전 패를 반복하며 시리즈 3승2패를 기록했다. 우승에 단 1승이 필요했던 애틀랜타는 6차전에서 글래빈이 8이닝·1피안타·무실점으로 쾌투해 구단 역사상 세 번째 WS를 품에 안았다. 클리블랜드가 2승을 거뒀지만 전체적인 시리즈 분위기는 애틀랜타가 쥐고 흔들었다.
클리블랜드 타선은 무기력했다. WS 팀 타율이 0.179(195타수 35안타)로 바닥을 쳤다. 출루율은 0.273에 불과했다. 1루수 에디 머레이의 타율이 0.105(19타수 2안타), 기대를 모았던 벨도 타율 0.235(17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에이스 오렐허샤이저가 1승1패 평균자책점 2.57로 분투했지만 경기당 3.17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타선이 속수무책이었다.
올해 KS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KS 1~3차전에서 29이닝 1실점(1차전 연장 11회)하는 압도적인 투수력으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른바 ' 판타스틱4'로 불린 선발진이 괴력을 발휘했다. 1차전 선발이었던 더스틴니퍼트가 8이닝 무실점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고, 2차전 선발 장원준은 8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일 열린 3차전에서도 마이클 보우덴이 7⅔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리즈 3승째를 이끌었다.
' 판타스틱4'의 대항마로 손꼽힌 NC의 '나·테·이·박'은 속절없이 당했다. 나성범- 에릭테임즈- 이호준-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3차전까지 도합 타율 0.098(41타수 4안타)로 최악의 슬럼프를 보였다.
정규 시즌과 달랐다. '나·테·이·박'은 올 시즌 115홈런·425타점을 합작했다. 10구단 kt가 기록한 시즌 팀 홈런 116개에 딱 하나 모자랐다. 타자 4명이 모두 리그 홈런 상위 20권 내 이름을 올렸다. 4명이 합작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팀 전체의 29.3%인 16.11. 두산의 견고한 마운드를 깰 수 있는 창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단기전에선 탄탄한 마운드가 경기를 지배했다.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 강한 투수를 만나면 질 수밖에 없다"는 박석민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