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유지태·강동원·마동석·조정석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11월 스크린에 승부수를 던진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영화계는 '무조건 흥행'을 노리는 큰 대작은 없지만 중·저예산급 영화들이 전례없는 경쟁을 펼친다. 떼주물 작품이 아닌 투톱 혹은 원톱 주연작으로 영화를 이끄는 중심 축이 명확해 눈길을 끈다. 멜로·판타지·코미디·액션까지 종류도 다양해 골라보는 재미가 클 전망.
11월 첫 주 부터 매주 신작들이 개봉하면서 각 영화들은 '일주 천하'라도 이루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됐다. 여느 작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11월은 특히 작품의 신선함, 캐릭터의 매력, 배우들의 이름값까지 3박자가 골고루 맞춰져야 관객들의 환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영화 대표 선수들은 10월 스크린을 휘어잡은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의 유해진처럼 가장 잘하고 찰떡같이 어울리는 전공 연기로 시험대에 오른다. 김승우는 불혹의 멜로, 강동원은 판타지 소년, 조정석은 비글미 넘치는 사기꾼, 마동석은 사채까지 손 댄 노래방 악덕업주, 그리고 피지컬 천재 유지태는 도박 볼링선수로 열연을 펼쳤다.
성공 여부는 예측불허다. 스스로 "타율이 꽤 좋다"고 자화자찬 할 정도로 흥행에 일가견이 있는 강동원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은 가운데,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주가가 치솟은 조정석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반전도 우습게 여길 수 만은 없다.
▶ '두번째스물' 김승우, 찌질한 중년의 정석 첫 번째 주자는 3일 개봉하는 '두번째 스물(박흥식 감독)'의 김승우. 원조 로맨스 킹 김승우는 40대 영화감독 민구를 연기했다. 특유의 능청스럽고 재치있는 대사 속에 문득 느껴지는 쓸쓸함으로 사랑을 다시 만난 남자의 애틋한 감성을 표현한다. 두번째 스물 즉 40대를 맞이한 남녀의 깊은 감성과 삶에 대해 고민, 사랑에 대한 성찰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김승우는 인터뷰에서 "3년 전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거절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막장·불륜을 싫어하고 과거엔 이 이야기에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러브콜을 받았을 땐 주인공 입장에서 이해해 보자는 마음이 들더라"며 "흥행을 기대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놓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스플릿' 유지태, 꾸밈없는 밑바닥 인생 연기 10일에는 스포츠 선수로 위화감이 없는 유지태가 등판한다. 유지태는 '스플릿(최국희 감독)'에서 한 때 퍼펙트 게임을 실현시킬 정도로 잘나가는 프로 볼링선수에서 도박 볼링에 연루되며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철종으로 분했다. 매 작품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만큼 4개월간 볼링 연습에 매진, 다리 장애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주얼까지 완벽하게 표현했다.
유지태는 "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도 소재지만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색다른 루저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난 한국 영화가 50억, 100억 대작의 잣대에만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저예산 영화를 통해 창의적인 신인 감독을 발굴할 수 있다고 본다. 작다면 작다 말 할 수 있는 영화들이 빛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표했다.
▶ '가려진시간' 얼굴 천재 강동원-판타지=0 11월의 허리는 강동원이 책임진다.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에서 강동원은 시공간이 멈춰진 세계에 갇혀 어른이 되어 돌아온 13살 소년 성민으로 분해 '홀로 성장한 소년'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멈춰진 세계 속 성민의 심리부터 행동, 말투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그는 강동원이 아니면 안 될 작품을 완성시켜 의미있는 필모그래피를 또 한 편 채웠다.
강동원은 인터뷰에서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어 고민하고 연구하고 분석해야 했다. 다만 10대·20대 여성은 물론 남자 어른, 내 또래나 40~50대 남성 분들이 봐도 안 오글거리는 포인트를 잡고 싶었다"며 "혼자 좀 살다가 온 느낌도 어느정도 표현을 해야하는데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처럼 말하면 이상하지 않나. 그 지점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두 남자' 단짠단짠 대가 마동석 이번엔 '짠'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동석이다. 마블리·마요미·마쁜이는 잠시 잊어도 좋다. '단짠단짠'에서 이번에는 '짠'을 맡는다. 24일 깜짝 개봉을 확정지은 '두 남자(이성태 감독)'에서 마동석은 과거 꽤 잘 나가는 인생을 살았지만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밑바닥으로 떨어진 노래방 악덕업주 형석으로 비주얼에 꼭 어울리는(?) 캐릭터를 또 한 번 선보인다. ▶ '형' 조정석 납득이 되는 화신 인기 넘을까 '건축학개론' 납득이, '질투의 화신' 화신을 또 뛰어 넘는다면 3연속 홈런, 가히 '믿고보는 배우'의 완성형이다. 조정석은 30일 '형(권수경 감독)'을 들고 스크린에 컴백한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사기전과 10범에 동생이 당한 불의의 사고를 빌미로 가석방에 성공하는 뻔뻔한 형 두식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정석의 모든 특기를 집결해 만들어진 최적화 된 캐릭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능청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을 넘나드는 연기에 탁월한 순발력과 화려한 언변은 조정석표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을 만들어 냈다는 후문. 조정석은 납득이의 재림을 예고하며 "납득이의 오마주 장면이 있다.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고, 도경수는 "형이 정말 미웠을 때가 많았다. 진짜 이런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놀라기만 했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