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최종전 38라운드에서 홈팀 전북 현대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67점으로 동률을 이루던 두 팀의 간격은 3점차로 벌어졌고 서울은 2012시즌 이후 4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반면 전북은 안방에서 다 잡은 우승컵을 놓치며 뼈아프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황새가 떠올린 2013시즌, 그 짜릿했던 기억 흡사 2013시즌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시즌 최종전을 떠올리게끔 하는 경기였다. 오늘처럼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이 결정된 건 2013시즌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마지막 대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우승이 유력했던 울산은 최종전까지 승수를 챙기지 못하며 2위 포항에 추격을 허용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포항이 최종전에서 극적 결승골을 터뜨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한 바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때 포항을 이끌며 역전 우승을 일궈낸 이가 바로 지금의 FC서울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이다.
◇출사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준비 과정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선수들 분위기가 워낙 좋고 의지력도 보였기 때문에 특별히 많이 준비하지 않았다. 벌써 올 시즌 6번째 대결인 만큼 서울이라는 팀에 대해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홈에서 팬들 앞에 멋진 경기 보여줘야하는 만큼 비기는 건 생각도 안하고 있다."
황선홍 FC 서울 감독="홈경기에서 전북이 강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분위기 싸움은 물론, 단판승부다보니 전북이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얼마나 거칠게 나올 것인가, 또 우리가 얼마나 냉정히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은 미드필드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다."
◇포메이션 전북은 물오른 기세를 보이고 있는 김신욱이 최전방에 서고 레오나르도-김보경-이재성-로페즈가 2선을 구축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 아래로 박원재-조성환-김형일-최철순이 포백에, 권순태가 골키퍼 장갑을 낀다. 23세 이하(U-23) 선수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아 교체카드 한 장이 줄어든 것이 변수지만 최강희 감독은 "두 명 쓰나 세 명 쓰나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서울은 윤일록-데얀-윤승원의 스리톱에 주세종과 다카하기, 오스마르가 중원을 지키고 포백에는 고광민-김남춘-곽태휘-고요한이, 골문은 유현이 지킨다. 눈여겨 볼 점은 황선홍 감독이 결승전과 마찬가지인 이날 경기에 신인 윤승원을 데뷔시켰다는 점이다. 황 감독은 "결정하기까지가 어려운 법이다. 결정했으니 믿어줄 셈"이라며 신인의 활약을 바랐다.
◇전반=기대보다 숨가빴던 '우당탕탕' 45분 경기 전 양 팀 감독들이 밝혔듯, 두 팀 모두 지키는 경기를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전북과 서울 모두 킥오프 이후부터 줄곧 서로의 문전을 거세게 두들기며 골을 넣기 위해 맹렬하게 부딪혔다. 그러나 좀처럼 날카로운 공격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우당탕탕'으로 흘러갔다.
조금 더 속이 탄 쪽은 서울이었다. 파격적인 실험으로 기용한 신인 윤승원 카드가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한데다 경고까지 한 장 받자 황선홍 감독은 지체없이 선수 교체를 선언했다. 결국 윤승원은 전반 36분 박주영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왔고, 황 감독의 '아데박' 카드 중 두 장이 일찌감치 발동됐다. 하지만 이른 교체카드에도 소득은 없었고 결국 0-0으로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에이스에게 필요한 건 단 한 방의 번뜩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또 한 장의 교체카드가 나왔다. 이번에도 서울이었다. 황 감독은 고요한을 빼고 김치우를 넣어 변화를 꾀했다. 반면 전북은 요지부동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한 전북은 베스트11을 유지하며 서울의 공격을 상쇄했고, 김신욱과 활발한 2선을 중심으로 경기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후반 13분, 침묵하던 첫 번째 교체카드가 불을 뿜었다. 윤일록이 센터라인을 지나 이어준 패스를 받은 박주영은 달려드는 세 명의 수비수를 지워버리고 그대로 슈팅을 날려 전북의 골문을 흔들었다. 전반 내내 막혀있던 승리를 위한 단 한 골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서울 쪽으로 기울었다. 전세가 역전된 전북은 초조하게 서울의 골문을 두들겼지만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몇 번이나 공을 밀어넣고도 상대의 밀집수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공격수가 필요한 전북은 이동국에 이어 고무열까지 투입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릴 한 골을 간절히 노렸다. 그러나 승부의 신은 전북을 외면했고, 경기는 더이상의 득점 없이 서울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의 승리이자, 단 한 판으로 시즌 내내 이어졌던 최강 전북의 판도를 뒤집은 '역전의 명수' 황 감독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