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범 삼성가인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CJ그룹과 함께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 증축에 나섰다. 주택 개발 사업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 역량을 유통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J와 '한국판 할리우드' 조성
HDC현대아이파크몰은 서울 용산에 들어선 아이파크몰을 증축한다고 8일 밝혔다. 2006년 아이파크몰에 아이파크백화점을 개점하며, 유통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 만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몰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6만4000㎡ 면적을 추가로 조성, 건물 양 측면에 3개층(왼편)과 5개층(오른편)을 신설할 계획이다. 백화점 1개 점포 면적과 맞먹는 공간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증축이 완료되면 아이파크몰은 34만㎡에 이른다.
새 공간에는 극장 CJ CGV와 손잡고 영화 콘텐트를 중심으로 한 '복합 한류 타운'을 조성키로 했다. CGV는 본사를 상암동에서 아이파크몰로 통째로 이전한다.
아이파크몰 전체를 관광 타운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영화와 미디어, 한류 콘텐트도 도입한다. 총 20개의 초대형 상영관을 선보이며, '아이맥스GT레이저'를 비롯해 '4DX' '스크린X' 등 CGV의 기술력이 응집된 특별관도 들어선다.
아이맥스GT레이저는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아이맥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현존하는 가장 기술진화된 영화관 포맷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 극장에서만 운영되고 있어 큰 규모의 상영관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한류 중심지로 육성하면 HDC신라면세점과의 큰 시너지 효과와 함께 아이파크몰 전체가 서울 최대의 쇼핑·관광타운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CJ 등 누구와도 '맞손'
이번 프로젝트는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유통 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의 신규 사업 전략인 '비전 2020'을 발표하며 면세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아이파크몰 2호점 출점 계획을 밝히는 등 부동산 개발 사업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 역량을 유통으로 확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아이파크몰 증축·리뉴얼 계획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회장은 유통 사업의 확대를 위해 삼성·CJ 등 유통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과의 한솥밥 먹기를 꺼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당시에는 범 삼성가로 경쟁사였던 호텔신라와 손을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으로 쌓은 개발능력은 최대한 살리면서 부족한 면세점 운영 능력을 호텔신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입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향후 정 회장은 아이파크몰의 중국 진출, 국내 2호점 오픈 등으로 유통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018년 오픈을 목표로 중국 산동성 제남시 '건방그룹'과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인 '아이파크 마리나'에는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정 회장의 유통 사업 강화로 직간접적인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론칭한 통합 CI(기업이미지) 'HDC'에 대한 인지도가 면세점 진출, 아이파크몰 증축 등으로 급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에 비하면 HDC 브랜드의 인지도는 론칭 4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유통업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까운 사업이기도 하고 시내면세점 사업이 재계 화두로 부상하면서 HDC 브랜드가 현대산업개발의 통합 CI로서 확실히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