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 경제대 출신으로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SK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성민. SK 제공 SK는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해외파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지명했다. 2차 1번으로 후쿠오카 경제대 출신 김성민(22), 2차 6번으로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출신 남윤성(29)을 각각 호명했다. 두 선수 모두 왼손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성민은 고교 3학년이 되기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다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입단 직전까지 갔던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철회되면서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됐고, 일본 대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남윤성도 만만치 않다. 남윤성은 텍사스에서 방출된 후 일본 니혼햄과 요미우리 입단 테스트를 거쳤지만 모두 불발됐다. 가까스로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지만 야구규약 172조(1999년 이후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국내 복귀를 원할 경우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한다)에 부딪혔다. 2013년 경기도 김포시 통진중학교에서 공익근무를 시작해 군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 8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부름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사연 많은' 과거의 유망주다. 다른 팀들의 관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단계를 밟았던 팀 선배 정영일과 김동엽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가고시마에서 데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서 함께 땀 흘리고 있는 김성민(왼쪽부터), 김동엽, 남윤성, 정영일. 이들은 해외 유턴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SK 제공 -선배 '유턴파' 정영일과 김동엽의 조언을 들은 소감은. 김성민="두 형들이 강조하는 게 공통적으로 팀 커뮤니케이션인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팀에 하루빨리 적응하기 위해 친화력 있게 선후배 선수들, 코치님들께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두려울 때도 있다. 아마추어 리그에 있다가 프로에 오게 된 만큼 프로생활을 오래한 선배님들께 많은 조언을 구하며 야구에 대해 배우고 싶다."
남윤성="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팀 동료들 속에 빨리 녹아들며 친해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동료들과 친해지고 그 안에 녹아들어야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 해외의 차이점이 있나. 김성민="한국과 일본을 비교하자면 한국은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한 순간에 힘을 폭발적으로 쓰기 위한 운동을 주로 하더라. 반면 일본은 러닝을 강조하며 정신력과 체력을 강조했다."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남윤성. SK 제공 남윤성="미국은 거의 경기 위주로 시즌을 치르게 된다. 미국에서 5~6년 있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얻은 게 없다. 코치님들께 정식지도를 받은 것도 SK에 입단 하고나서 처음이다. 그게 너무 좋다."
-마이너리그에서 뛴 정영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로움이 클 거 같은데. 남윤성="아무리 친해도 이질감 같은 게 조금은 느껴지더라.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같은 문화에서 성장한 게 아니라 친해져도 외로운 감정이 항상 마음 한 부분에 있었다. 지금은 편하게 말도 통하고 운동도 함께 하니까 좋다. 신체적, 기술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도록 코치님들께 지도 받는 것도 만족스럽다."
-미국 진출을 후회하진 않나. 남윤성="선택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남았다면 더 성장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치님들께 지도받고 폼과 부족한 점 등을 보완하고 배웠으면 좋았을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가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한국 프로구단에 입단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등학생 때 바로 입단했으면 지금쯤 11년차다. 이런 이야기를 영일이한테 슬쩍 한 번 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영일이가 "형 지금도 안 늦었어. 지금부터 재밌게 하면 돼"라고 말해주더라. 20대 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영일이 말처럼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다."
-일본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소감은. 김성민="감사한 마음이다. 신인 선수임에도 캠프에 데려와주신 구단과 코칭스태프께 감사드린다. 감히 내가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 다만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꼭 기회를 잡고 싶은 심정이다."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남윤성. 남윤성 제공 -가고시마 캠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김성민="뭔가 하나 얻어가고 싶다. 구속 증가, 구종 보완, 밸런스 유지 등 투수에게 중요한 게 많지만 그 중 한 가지는 꼭 얻어가고 싶다."
남윤성="어디서나 똑같은 룰을 가진 야구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제 KBO리그에서 뛰게 되었으니 경기를 많이 보고 계속해서 타자들과 심판 등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분석을 통해 파악한 데이터를 토대로 내 장점을 살리고 싶다. 내 장점 중에서 무엇이 통할지, 단점은 어떻게 보완할지, 그런 것들을 이번 캠프와 비시즌에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7시즌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김성민="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최우선 목표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잇도록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남윤성="최우선 목표는 어떤 위치든 1군에 들어가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모든 구단과 선수들이 다 똑같은 목표를 향해가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 팀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면 좋겠다. 어떤 위치든 상관없다. 기차로 비유하자면 내가 바퀴의 한 부분일 수도 있고 의자가 될 수도 있고 문 한 짝이어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