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양정웅 연출을 비롯해 박정민 문근영 손병호 서이숙 배해선 김호영 김찬호 이현균 양승리 김성철이 참석해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임하는 마음을 전했다.
양정웅 연출은 "내가 원래 내 멋대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바꾸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원작에 없는 엑기스를 갖고 고쳐서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작품 만큼은 원작 그대로 가려고 노력했다. 장면을 많이 삭제하지 않았다. 대사를 거의 안 자르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이 주목받는 이유는 브라운과 스크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문근영과 박정민이 타이틀롤 '로미오와 줄리엣'을 맡았기 때문.
문근영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 만큼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한다. 여기 있는 많은 선배님들과 같이 좋은 호흡하면서 좋은 작품 만들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6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데 대해서는 "6년 전 공연을 할 때 기억이 너무 좋게 남아있다. 당시 함께 했던 언니 오빠들이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셨고 그 추억이 여전하다"며 "다시 한 번 그런 기회를 갖고 싶었다. 나에게도 자극이 되고 배울수 있고 성장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근영 만의 줄리엣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 연극이 원본을 유지하면서 셰익스피어만의 언어의 맛을 전하려고 한다. 현대어를 쓰는 우리에게는 문어체 적인 문장이나 시 같은 문장들이 어렵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하고 있는 접근은 '그 말을 얼마나 말처럼 전해줄 수 있을까'다. 연구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그 말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줄리엣의 매력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근영은 "나는 발코니 장면이 좋다. 줄리엣이 속마음 고백하고 밤 하늘을 두고 맹세를 주고 받는 장면에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 것 같고 가장 기대가 된다.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문근영의 말을 빌어 '구수함'이 매력적이라는 로미오 박정민은 "내 배우 인생에 로미오라는 역할이 올 줄은 몰랐다. 아마 많은 분들이 몰랐을 줄로 안다. 반갑다"고 진심을 표했다.
박정민은 "최근 대본을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꿈, 운명 안에서 고뇌한다. 로미오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 로미오의 대사 중에 '나는 운명의 노리개구나'라는 대사가 있는데 아직도 많이 어려운 대사다. 그러면서도 로미오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정민은 "여전히 로미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지만 디카프리오가 했던 로미오, 혹은 내가 책에서 봤던 로미오, 아주 연약하고 고상하고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인물을 내가 최대한 땅으로 끌어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만히 대본을 살펴 보면 나도 그런 사랑을 해봤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10대 때, 혹은 20대 초반에 그런 바보같은 사랑을 해본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로미오를 좀 더 현실적인 인간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연극을 통해 연기에 대한 꿈을 가졌다는 박정민은 "1년, 2년마다 연극을 하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연습실에서 항상 긴장하게 되고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조금씩 해이해지는 내 정신 상태를 잡게 해주는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욕심, 꿈은 지금도 크다. 이번에 다시 연극을 하게 돼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