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한 시즌 동안 살이 8㎏이나 빠졌다고 했다. 아들이 경기에 나설 때면 남몰래 청심환을 삼켰다.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진 건 아들이지만, 어머니의 마음도 마운드에 함께 있었다.
그 자랑스러운 아들은 14일 멋진 슈트를 차려 입고 영광스러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들 신재영(27)은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올해 최우수 신인 선수로 선정됐다. 모두가 예상했고, 역시 압도적이었다. 총 유효표 93표 가운데 1위표가 90장에 달했다. 총점 465점 중 무려 453점을 얻었다. 신재영은 의연하게 단상에 올라 담담히 소감을 얘기했다. "나이가 좀 있는데 이런 상을 받아서 쑥스럽다. 나를 넥센에 데려 와 주신 이장석 대표님과 감독님, 코치님들, 프런트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온해 보이던 신재영의 눈가가 이내 붉어졌다. 카메라가 객석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 이진영(49)씨를 비춘 뒤였다. 사회자가 신재영에게 "고생하신 어머니께 한마디 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고, 목메어 왔다.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나 때문에 항상 고생하셨다. 너무 죄송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야구선수가 되겠다. 감사하다" 며 눈물을 닦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신재영은 눈물의 의미를 말했다. "어릴 때 말도 안 듣고, 까불까불한 성격이었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께 많이 불려 가시기도 했다" 며 "프로에 온 뒤에도 부모님이 너무 고생하신 건 마찬가지다. 내가 2군 선수라 사람들이 잘 모르니, 어디 가서 아들이 야구선수라는 말도 잘 못 하셨다"고 회상했다.
정작 어머니는 아들이 속을 썩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말도 참 잘 하고 따뜻한 아들" "기쁨을 많이 준 아들"이라고 떠올렸다. "올해 아들 키운 보람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거듭 얘기했다. 이씨는 아들의 1군 데뷔전(4월 6일 대전 한화전)을 직접 지켜보는 행운도 누렸다. 아들이 고향 대전에서 데뷔 첫 등판을 한 덕분이다. 신재영은 "그때도 어머니가 관중석에서 많이 우셨다는 걸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했다. 어머니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기억이다. "처음에 안타를 많이 맞아서, '아 그냥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 싶더라. (그런데 승리 투수가 돼) 너무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신재영 가족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한 해다. 지난해 이맘 때쯤 군 복무를 마친 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마무리 캠프를 떠났다. 6년 동안 단 한 번도 1군에서 뛰지 못했던 아들이지만, 어머니는 격려부터 했다. "네가 좋아하는 야구, 계속 열심히 해. 포기할 생각하지 말고."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신인왕에 등극했다. 15승 투수가 됐고, 팀에서 '에이스'라는 소리도 듣는다.
이씨는 "올해는 정말 매 순간이 감동적이었다. 마운드에 (신)재영이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끝까지 열심히 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아들은 이렇게 화답했다. "이제 나도 부모님께 보람되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그동안 많이 고생시켜 드렸는데, 앞으로 효도하겠다."
부모는 온 정성을 쏟아 아들을 키웠고, 아들은 노력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부모와 아들이 함께 일군 신인상이다. 세상 모든 상이 그래서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