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홈페이지의 역대 장관 소개에서 체육부(1982~1991년)·체육청소년부(1992~1993년) 시절은 장관의 이름이 없다. 문화공보부(1964~1988년)가 문화부(1990~1993년)로 개편됐고, 1993년 3월 5일 체육부의 후신인 체육청소년부가 문화부와 통합돼 문화체육부가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1999~2008년엔 ‘체육’이 빠진 문화관광부가 됐고, 2008년 2월부터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됐다. 체육 혹은 스포츠는 오랫동안 정부 행정에서 소외된 영역이었다. 예산도 국고에서 출연하지 않고 스포츠베팅 수익금을 원천으로 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주로 충당한다.
소외됐던 스포츠는 박근혜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졌다. ‘창조경제’ ‘신성장동력’ 등 거창한 명분을 앞세웠다. 하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거대한 비리에 스포츠가 동원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일가는 미르·K스포츠라는 두 재단을 앞세워 국민 세금과 사기업의 돈을 갈취했다. 한 현직 프로야구 감독은 “스포츠가 이용당했다. 체육인으로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21세기 한국 스포츠가 낳은 두 영웅인 빙상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도 그 희생양이다. 김연아는 차순실 일가와 문체부가 합작한 ‘늘품체조’ 사업에 참여를 거절한 뒤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문체부의 실세였던 김종 전 제2차관으로부터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강요당했다.
공직 사회에선 ‘어공(어쩌다 공무원)’ ‘늘공(늘상 공무원)’이라는 말이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안민석 의원은 ‘어공’인 김 전 차관을 가리켜 “최순실과 공범”이라고 했다. ‘늘공’인 관료들은 또 어땠나.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인 2014년 승마협회 특혜 사건부터 올해 미르·K스포츠재단 인허가 논란, 이후 쏟아진 수많은 의혹을 문체부는 적극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문체부가 제출한 예산 중 1748억5500만원이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돼 국회에서 삭감됐다.
이날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정상적인 부서 정책 집행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중 893억원은 문체부에서도 ‘문제 있다’고 판단한 금액이었다. 893억원이든 1748억5500만원이든 문체부가 국민 세금을 제대로 집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