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까지 1년 3개월이 남았지만 평창 각오를 입에 담는 선수들의 얼굴은 진지했다. 특히 2018평창겨울올림픽부터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매스스타트 대표 주자 이승훈(28·대한항공)과 김보름(23·강원도청)의 각오가 뜨겁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1, 2차 대회를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두 대회를 치르며 이승훈과 김보름이 합작한 메달 개수는 6개(금2·은1·동3)로, 이 중 2개의 금메달이 매스스타트에서 나왔다. 이승훈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1차 대회 남자부 매스스타트에서, 김보름은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2차 대회 여자부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 모두 쇼트트랙선수 출신의 장점을 살린 역주가 돋보였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6400m) 도는 종목으로 지정된 레인 없이 빨리 들어온 순서로 순위를 정한다. 몸싸움에 익숙하고 코너워크가 좋은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승훈이 2011 아스타나- 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이 종목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줄곧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이승훈은 "레이스 마지막에 상대를 추월하는 부분에서 쇼트트랙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며 "2월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는 더 많은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2010 밴쿠버대회에서 남자 10000m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많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다. 김보름도 한국체대 선배인 이승훈의 영향을 받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변경한 케이스다. 그동안 중하위권을 맴돌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매스스타트에서 재능이 만개했다. 2월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연달아 시상대에 서며 단숨에 평창 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보름은 " 매스스타트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 쇼트트랙 훈련을 대폭 늘렸다" 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평창 메달도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하다. 이 흐름을 잘 이어 가 꼭 평창에서 시상대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훈도 "대회를 치를수록 견제가 심해진다. 평창에서도 많은 견제를 받겠지만 전략을 잘 세워 준비하면 금메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메달을 향한 꿈을 내비쳤다.
전략적으로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스스타트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거리 메달의 꿈을 아주 버린 건 아니다. 이승훈은 "개인적인 욕심은 5000m나 10000m에서도 메달을 다시 따고 싶고, 많이 준비하고 있다" 며 2010 밴쿠버의 영광을 다시 재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