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는 2011년 8월부터 2년 7개월 동안 '신인 드래프트 미지명→독립리그 고양 원더스 입단 후 방출→사회복무'라는 곡절을 경험했다. 단국대 재학 시절 발 빠른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이 선수 가치를 떨어뜨렸다. 1학년 때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쳤고, 4학년 때는 1루수랑 부딪치며 오른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래프트 미지명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2년 3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겸직 허가 신청을 내고 일과 후 아르바이트를 했다. 우유 배달과 신문 배달, 중국집 주방에서 일하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야구와 동떨어진 삶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떠날 수 없었다. 2014년 3월 소집해제 후 대학교 은사인 김유진 코치를 찾아가 훈련을 시작했다. 5개월 후인 그해 8월 마침내 SK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드래프트 미지명의 한을 3년 만에 풀었다. 성적은 매년 향상됐다. 올 시즌에는 2군 타격 전체 8위(0.349)에 이름을 올렸다. SK 타자 중에서 순위가 가장 높았다. 도루 3위(31개)에 랭크됐을 정도로 주루 센스도 돋보였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되니 스피드가 더해졌다. 현재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그는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다"며 각오를 다졌다.
- 야구를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단국대 재학 시절 부상으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지명 후 고양 원더스에서 제의가 와서 입단했는데, 한 달 만에 방출됐다. 바로 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입대(사회복무·국민건강보험공단 구리지사)를 했다. 야구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아픈 기억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 야구를 잊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해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야구를 그만두고 어떤 일을 했나. "닥치는 대로 다 했다. (사회복무요원 때는 일과 후) 우유 배달, 신문 배달, 피자집 아르바이트까지 해 봤다. 돈을 벌기 위해 중국집 주방에도 잠시 있었다."
- 야구를 다시 하게 된 계기는. "소집해제 한 달을 앞두고 '내가 뭘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야구가 아니더라도 운동이 너무 하고 싶었다.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쉽게 지울 수 없더라. 그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밤에 잠도 못 자고 밥도 안 넘어가더라. 몸무게 15kg이 그냥 빠지더라.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야구밖에 없다'는 생각에 바로 대학교 은사님인 김유진 코치님께 연락드렸다."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내야수였는데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내야 수비는 정말 자신 있다. 스스로 '수비형 선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대학교 때 부상을 당했다. 졸업반 때는 신인지명이 신경 쓰여 수술도 하지 못했다. 재활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야구장에 다시 나왔는데 발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과 현실이 달랐다. SK에 입단했을 때 구단에서 외야수를 제안했고, 스스로도 내야에선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포지션을 바꿨다."
- 어떤 스타일의 선수라고 보면 되나. "타석에선 출루를 목표로 한다. 파워 히터보다는 빠른 발과 높은 출루율, 선구안 등을 앞세워 투수를 괴롭힌다."
- 미국 애리조나 교육 리그에 다녀온 소감은. "처음 미국에 갈 때는 걱정이 많았다. 내 스윙은 교과서적이 아니다. 약간 괴짜 스타일이다. 미국에는 빠른공을 던지는 선수가 많다고 해서 대처가 안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칠 수 있었다. 정말 큰 자신감을 얻었다. 야구선수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데 '이렇게 빠른 공을 내 스윙으로 쳐 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 절박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것 같다.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다. 지금까진 불안할 때마다 '야구를 그만뒀다가 돌아와서 이 정도 했으면 나쁘지 않다. 잘해 왔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런데 내년에도 1군에 올라가지 못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안 되나' 하며 낙담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발목 부상 후 도루를 시도하는 데 부담이 있나. "주변에서 조바심 내지 말고 뛰고 싶을 때 뛰라고 많이 믿어 주셨다. 지난해보다 스타트에 자신감이 붙었다. 성격상 1루에 계속 있는 걸 답답해하는 편이다. 올해 2군 후반기 도루 성공률이 좀 안 좋아졌는데, 자신감이 떨어지진 않았다."
- 근성이 있고 독한 선수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난 그게 없으면 안 된다."
-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김대진 코치(전 SK 루키팀 타격코치)님이 계셔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입단할 때 평가를 잘해 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손지환 코치(현 루키팀 야수코치)님도 항상 챙겨 주고 가르쳐 주셨다.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 내년 시즌 목표는. "확실한 백업 멤버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필요한 상황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