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특허권을 받아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두산타워 면세점(이하 두타면세점)이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매출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사업권 획득 당시 제시했던 '영업이익의 10% 환원' 공략을 지키지 못하게 됐고 자신했던 해외 명품 유치도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두타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 건너 간 '영업이익 10% 환원'
2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104억원, 영업적자 160억원을 기록했다.
일 평균 매출은 6억원 정도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21억)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타면세점은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70억~80억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1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적자 상태가 지속되면서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 입찰 당시 제시했던 '영업이익 10% 환원' 공략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앞서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 입찰 당시 "2016년 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영업이익의 10%인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천우 두산그룹 유통부문 부사장은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의 사표는 공식 처리되지 않았지만 곧 퇴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AK플라자, 삼성물산 등을 거친 패션·유통전문가다. 두산이 지난 5월 두타면세점 사업을 위해 영입한 인사였다. 하지만 6개월도 채 안돼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명품 유치도 '감감무소식'
두타면세점의 지키지 못한 약속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명품 유치 공약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 입찰 때 샤넬과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약 460개 브랜드로부터 이미 입점의향서를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모기업인 두산그룹이 그 동안 보그 등 패션지를 창간하면서 명품 브랜드 측과 오랜 신뢰 관계가 쌓여 입점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두타면세점은 오픈 6개월이 지난 현재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3대 명품 유치는 고사하고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인 엠씨엠(MCM), 프라다 등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입점의향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며 "두타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명품 특히, 루이비통과 관련해서는 본사와의 협의없이 자료에 언급할 수 없는 것이 면세점 업계의 통념"이라며 "두타면세점 측이 합의도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앞서나갔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어두워
두타면세점은 향후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 4장의 신규 면세점 특허권이 발급될 경우 면세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두타면세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관세청이 4곳의 신규 사업자를 추가하면 총 13개의 서울 시내 면세점이 격돌하게 된다"며 "면세점 사업자가 증가함에 따라 판관비 부담 증가와 경쟁 심화로 두타면세점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 정부로부터 두타면세점이 대가성으로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두타면세점은 최근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우리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드라마 방영 중단 등 '한류 금지령'을 내린 점도 향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과 리메이크 작품의 방송을 금지하는 한류 지침이 내려왔다"고 보도하면서 중국 내 한류 콘텐트는 물론 한류 스타들의 활동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대표적인 한류 스타인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데 중국 내 활동이 제한되면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홍보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두타면세점의 특허권 반환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특허권을 반납한 사례는 여럿 있었다. 2003년 한진, 2010년 애경 등이 그랬다. 그보다 더 앞선 1989년에는 시내면세점 29곳 중 6년 만에 10곳이 폐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신 성장동력으로 삼은 면세점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맴돌고 있다"며 "당초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지만,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두산그룹의 고민을 키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영업이익 환원은 아직 올해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명품 유치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