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도 예식장도 다 잡아놨다. 슬슬 청첩장도 돌릴 태세다. 다만 신랑 혹은 신부만 없을 뿐이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상상 속 '나홀로' 결혼식을 대종상은 진짜 치뤄낼 생각이다. 하객? 미지수다. 하지만 이상한 결혼식에 축의금까지 내가며 이상한 하객을 자처할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도 잡음이 끊이지 않은 대종상영화제다. 차라리 노이즈마케팅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아마추어 일처리가 아닐 수 없다. "12월 27일 세종대학교에서 시상식을 치른다"고 공표는 했지만 내부 합의는 끝나지 않았다. 이쯤되면 응원하던 영화인들이 외면해도 할 말 없다.
제53회 대종상영화제는 공식적으로 12월 27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김구회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세종대학교 측에 '대관을 취소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 싸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지난 9월 법원에 '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이를 인정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대종상영화제 강행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인총연합회 즉 집행위원회 측은 대종상영화제를 어떻게 해서든 치르겠다는 입장인 것.
문제는 "하겠다"는 것 외 현재까지 진행되고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데 있다. 시상식까지 남은 기간은 고작 한 달. 후보조차 공개되지 않은 시상식에 참석자가 정해졌을리 만무하다. 또 수상자 없는 시상식이 치러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방송사의 중계권도 따내지 못했다. 대종상영화제와 5년을 함께 한 KBS 측은 "올해는 대종상영화제를 중계하지 않는다"고 일찌감치 못 박았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현재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인터넷 생중계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시간은 촉박하다.
영화인들은 영화인들대로 눈치싸움 중이다. 어떻게든 치뤄내겠다고 하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물론 여전히 섭외전화 한 통 받지 못한 유력 후보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불참이 기정 사실화 돼 있는 상황. 누구를 위한 시상식인지 주어도 없다.
이젠 전면 백지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50여 년간 전통을 이어온 대종상영화제라는 브랜드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 대단한 브랜드를 위해서라도 180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래가 아닌 '윗선'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
밥그릇을 놓고 자신들끼리 알력 다툼을 해봤자 제자리 뛰기다. 발전할 수 없고 좋아질리 없다. 대외적으로만 봐도 현 시국의 축소판이다. 영화제는 결국 영화인들 그리고 그들을 아낌없이 사랑한 영화 팬들의 축제가 돼어야 마땅하다. 그 목적의식을 상실했을 때 존재가치도 무의미하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안타깝지만 영화계 내에서 봐도 대종상영화제는 답이 없다. 지난해 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는 없다고 여겨졌는데 더 심각하다. 올해는 당연히 개최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대충상'이라는 언어유희도 이젠 그저 우습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젠 안 받으니만 못한 상, 불참이 정의로운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