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가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보란듯이 뒤통수를 친 공효진(36)이다. 러블리한 패션도, 메이크업도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에서는 일절 구경할 수 없다. 조선족이 아닌 100% 순수 중국인 캐릭터를 연기한 공효진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변장에 가까운 분장으로 미모마저 감췄다.
브라운관에서는 여전히 상큼 발랄하고 톡톡 튀는 공블리 캐릭터로 지분율을 쌓는 공효진이지만 스크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연기파 이미지로 180도 얼굴을 뒤바꾸는 팔색조다. 연기를 위해 버릴 것은 가차없이 버리는 배우.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다"는 공효진의 걱정은 사실상 사치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드라마 '질투의화신'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정석과 호흡이 기가 막혔다.
"편했다. 코드가 같았고 특히 지향하는 연기 메소드가 같았다. 그러다 보니 찰떡궁합처럼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실 예상했다. '그 친구는 그럴 것이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기대했다. 대본을 보면서 '이 역할은 조정석 밖에 없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잘해주더라. 정석 씨가 화신을 맡아 다행이다."
- 실제 성격도 잘 맞던가.
"남배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촬영 스케줄이 타이트하고 잠을 못자다 보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예민해진다. 근데 정석 씨는 원체 화가 없는 친구라 그 옆에서 나도 같이 순화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었을텐데." - 통하는 파트너와 만나면 확실히 시너지 효과도 불붙지 않나.
"무엇보다 소화해내기 고민스러운 신들을 둘이서 같이 합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솔직히 진짜 걱정이 많았는데 대본 속 활자보다 영상으로 더 재미있게 나와 다행이다. '재미있겠다' 싶었던 것은 더 재미있게, 약간 심심했던 신들도 둘이 하면 재미있어지니까 더 열심히 연기하게 되더라." - 예를 들면 어떤 신이 있었나.
"나리가 두 남자를 다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을 때 '어떻게 다 좋아하냐. 그래도 49대 51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을 묻는 장면이 있었다. 그 신이 굉장히 길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정석 씨랑 '대본 봤어? 진짜 돌아버리겠다'라면서 한숨을 쉬기도 했다.(웃음) 결과적으로는 잘 끝냈다. 모니터를 하면서도 '진짜 재미있게 나오지 않았냐?'라고 자화자찬했다."
- 배우 조정석의 어떤 면에 꽂혔던 것일까.
"'오 나의 귀신님'을 보는데 박보영 씨에게 '내가 너 사랑하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식으로 고백하는 신이 나오더라. 뭔가 애매하게 대사를 던지는데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드라마 안에서 사랑 고백을 하는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고백할 수 있지?' 싶었고 그 지점이 딱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연기이자 로맨스 연기였다." - 공효진의 촉도 남다른 것 같다.
"그런가?(웃음) 정석 씨가 그렇게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뭐가 맞아도 진짜 잘 맞겠다. 그걸 이해하고 편집하는 감독님을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크겠다는 생각을 했다."
- 박신우 감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던데.
"우리 감독님이 78년 생이다. 젊은 감성에 여성 감성을 지니고 계신 분이다. 상남자인데 여자를 잘 그리는 남자라고 해야 할까? 감독님들 중에 여자 캐릭터를 진짜 못 그리는 남자 감독님들이 있는데 박신우 감독님은 아니었다. 정석 씨에게 기대기도 했지만 감독님에게 더 기댔다. 남들에게는 괜찮지만 나에겐 안 괜찮은 부분들을 감독님은 똑같이 고민하고 알아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 현장 분위기도 좋았겠다.
"다들 우리 둘이 말만 해도 웃기다고 했다. 정석 씨랑은 서로 '야, 잘한다. 진짜 잘한다. 잘해 잘해'라고 응원했고 감독님도 '컷' 하면 '아오 잘해. 잘한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안 좋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