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스스로도 외면한 검은 아이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눈물도 뚝뚝 흘리게 됐다.
30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서 첫 번째 버스킹을 진행한 인물은 I.O.I 그리고 구구단 멤버로 활동 중인 김세정이다. '프로듀스101'의 최고 수혜자라 불리는 김세정은 올해 I.O.I, 구구단 그리고 솔로 데뷔를 통해 1년 만에 주목받는 스타로 급부상 했다. 매사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환하게 웃는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김세정에게 어두운 구서근 찾을 수 없었지만 이는 김세정조차 꽁꽁 감추고 외면하고 있었던 부분이라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날 김세정은 '검은 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세정이 말하는 검은 아이는 자신이 여지껏 마주할 수 있었지만 마주하지 않았던 감정과 순간들을 뜻한다.
김세정은 "2016년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한 해다. 나에게 늘 따라다녔던 말은 '웃는 아이'였다"며 "하지만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지라 반대의 말도 따라오게 돼 있다. '웃는 척 하는 사람' 또는 '뒤에 무언가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때 생각났던 상황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큰 실수를 저질러서 선생님께 혼났다. 근데 선생님이 '세정아, 너 지금 웃기니? 잘못 안 한 것 같아? 웃지마'라고 하시더라. 난 너무 당황해 '어 그게 아니라…'라고 하면서 입꼬리를 내리려고 하는데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리면서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 그 다음 표정을 뭘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다른 표정에 대해 몰랐다. 표정을 못 지은 상태로 30분동안 서 있었다. 웃는 방법 밖에는 몰랐던 사람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자각했다"고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김세정은 가정 환경을 조심스레 꺼냈다. "유복하지 못한 집에서 자랐고 엄마는 많은 빚 속에서 오빠와 나를 키워야 했다"고 운을 뗀 김세정은 "우리 집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친척들 집에 얹혀 살다가 처음으로 자그마한 월세 집을 얻었을 때 너무 기뻐서 짐을 옮기다가 운 적도 있다"며 "그 속에서 엄마는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 오셨다. 식당 일, 우유배달, 학원, 학습지 선생님 등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고 전했다.
김세정은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에 감정 표현하는 법을 숨기게 됐다. 엄마도 살아가는데 딸이 이렇게 살아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를 감췄고 검은 아이가 내 일부가 됐다"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을 땐 그룹이 지어지기 마련인데 크게 두 그룹이 만들어진다. 비밀을 엄청 공유하거나, 어떤 친구의 개선 방안을 위해 우리끼리 이야기를 한다거나. 뒷담화를 뜻하는 것이다"며 "근데 가족한테도 감정을 못 말하는 내가 어떻게 비밀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겠나. 비밀을 말 못하고 말문을 닫게 되는 순간 친구들이 한 명 두 명 떠났다. 감정도 기브 앤 테이크인데 그걸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혼자였던 순간이 많았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세정은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그 때와 지금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달라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녹음하던 중에 내 감정을 이끌어 주기 위해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너무 사랑해서 한없이 미안했던 적 없니?'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그 때 엄마의 30대가 눈 앞에 펼쳐졌다. 엄마의 30대는 젊은 나이였음에도 아이들을 키워야하는 압박감이 컸고, 내가 스무살 땐 사실 우리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 난 받아들이기 무서워서 안 받아들인 채 모른척 넘어갔던 것이다. 엄마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나니까 상상치도 못한 눈물이 났다. 난 지금까지 검은 아이를 알지만 안 보려고 했고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또 "'나 가난했을 때 많이 힘들었구나. 내가 미워했을 사람인데 미워하지 않았구나. 근데 미워할만 했구나'라는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고 내 감정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상태가 됐다. 처음으로 그 날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웬일로 부끄럽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사람마다 검은 아이는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방법 만으로 마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김세정은 일례로 "I.O.I 멤버들과 곧 헤어져야 한다. 처음엔 그 아이들에게도 적당한 선까지의 감정을 줬다. 근데 검은 아이를 마주하고 나니까 그 아이들에게 표현하게 되고 그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연습실에서 혼자 운 적도 많다"며 눈물을 보여 그 진심을 엿보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