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은 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홈경기에서 100-85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삼성(13승4패)의 6연승을 저지한 오리온은 12승3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1, 2위 팀 간 맞대결인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체육관의 1, 2층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응원 열기가 뜨거웠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리그 선두권 두 팀의 경기력도 화끈했다. 그러나 결과가 보여 주듯 이날 경기에서 한발 앞선 쪽은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이었다.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삼성의 두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7)와 마이클 크레익(25)은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오리온의 골밑 수비에 막혔다.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던 가드 김태술(32) 역시 전 경기 때보다 부진한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35·35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가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고 그동안 부진했던 오데리언 바셋(30)도 20득점을 성공시키며 펄펄 날았다. 이뿐만 아니라 문태종(41·3점슛 4개 포함 17득점)과 김동욱(35·12점)도 외곽포를 앞세워 승리를 뒷받침했다.
특히 1쿼터에만 6개의 외곽포를 성공시킨 오리온의 화력이 인상적이었다. 접전으로 가야 할 1쿼터에서 삼성이 먼저 기세를 올린 순간이었다. 헤인즈가 시원한 3점슛을 꽂으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문태종과 김동욱이 연달아 외곽에서 불꽃을 뿜었다. 여기에 정재홍(30)까지 3점을 추가하면서 오리온은 21-13까지 달아났다. 삼성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임동섭(26)과 주희정(39)이 각각 4개와 2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추격에 나섰고 라틀리프도 20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한 번 넘어간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삼성은 그 뒤로도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끌려가다가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은 추일승(53) 오리온 감독에게 이날 경기는 중요한 고비였다. "2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추 감독은 "최근 우리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고 선두 자리도 삼성에 빼앗겼다. 1라운드에서는 아쉽게 졌던 기억도 있다"고 돌이켰다. 이어 추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존심을 지키자, 더 집중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잘 해 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미소를 보였다.
패장 이상민(44) 삼성 감독은 "수비를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완패했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이어 "이번 주 2승1패가 목표였는데 그 1패를 오리온에 내줘 안타깝다"며 "올 시즌 이렇게 크게 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와 선수들 모두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 종료 직후 승리를 축하하는 에어샷에 맞아 쓰러진 이승현(24)은 오른쪽 뺨과 목 부위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으나 다음 경기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에어샷의 경우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천장 쪽으로 각도 조절이 다 되어 있는데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