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위메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된 사업은 털어내고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체질 개선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쿠팡과 티몬에 밀려 '만년 3위'가 고착화되고 투자가 이뤄지지 많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버티기'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업 속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 단행
7일 위메프는 서비스 사업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조직을 '셀(Cell)' 형태의 사업별 독립조직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마케팅·인사·법무 등 스탭 부서의 기능은 '위탁사업본부' '직매입사업본부' '플랫폼사업본부' 등 3개 사업본부로 이관했다. 3개 사업본부는 셀 형태의 독립조직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기존 지원부서의 기능 가운데 회사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역할은 '실' 형태로 유지해 안정성을 기반으로 속도경영에 힘을 보태게 된다. 대표적으로 실 형태로 남게 되는 조직은 홍보실·고객만족실·마케팅실 등이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최근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사회의에서 시속 300㎞ 속도로 사업적 드라이브를 걸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이를 위해 서비스 사업부의 속도를 높이도록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주문했다.
위메프는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쇼핑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또 앞으로 '속도 경영'을 위해 수시로 조직을 개편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 대처할 예정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검색 사업자·글로벌 소셜미디어 등과 사업 경계가 무의미한 무한 경쟁 상황"이라며 "더 이상 전자상거래 기업만을 경쟁자로 한정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최근 위메프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 위메프는 올해 들어 비수익성 사업은 접고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연초 단순히 신규 방문자수만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광고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PC 제품 전문 통합 배송 쇼핑몰 '어텐션'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지난 9월에는 무료배송을 중단하고 11월에는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인 '위메프박스' 서비스를 없앴다.
대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대거 재편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신선식품 직매입 전용 판매 상품인 '신선생' 론칭해 대형마트와 경쟁에 나섰고, 21일에는 기업간 거래(B2B) 전용 '위메프 비즈몰'도 오픈했다. 위메프 비즈몰은 사업자·자영업자·병원·학원 등에서 필요로 하는 전용 집기들을 한데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자 대상 B2B 서비스다.
잇딴 체질 개선, '만성적자' 때문?
위메프의 잇딴 체질 개선 노력에 대해 일부에서는 회사 설립 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만성 적자'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매출은 2165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신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425억원으로 전년(290억원) 대비 5배 늘어났다. 당기순손실만 1445억원에 달해 전년 보다 391% 급증했다.
여기에 소셜커머스 업체간 경쟁은 물론 오픈마켓, 대형 유통채널의 온라인 마켓과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었다. 판매촉진비는 전년 대비 456% 늘었고 광고선전비도 20% 증가해 100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위메프는 올해 뚜렷한 투자처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손실을 메울 방법이 현재로서는 비수익 사업 축소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 등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리스크를 줄였고, 티몬은 지난 4월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000만달러(약 47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특히 작년 연말 기준 위메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72억원으로 지난해 역성장세를 감안하면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나지 않은 한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바닥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위메프의 자본 총계는 -1148억원으로 전년(-817억원)보다 잠식규모가 늘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위메프로서는 투자가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조직개편은 경영상의 매서운 겨울을 대비한 구조조정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올해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속도경영'을 위한 조직 개편과 신사업 진출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