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감독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이끌게 되면서 이승우(18), 백승호(19)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들이 없는 U-20 월드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신 감독 역시 이 두 명의 재능이 필요하다.
신 감독은 바르셀로나 콤비를 어떻게 팀에 녹일까. 어떤 방법으로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릴까.
전임 안익수(51) 감독 시절 이 '방법론'을 두고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안 전 감독은 두 선수를 선발해 놓고 경기에 내보내지 않거나 짧은 시간만을 허락했다. 또 주 포지션이 아닌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어린 선수의 기를 꺾는 일명 '스파르타식' 지도법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안 전 감독은 이를 애써 부인했으나 축구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인정한 재능을 활용하지 못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뜨거워진 '불화'는 결국 안 전 감독이 사임한 배경 중 하나가 됐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신 감독 역시 이 논란을 잘 알고 있었다. 신 감독은 먼저 이런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만의 철학과 스타일이 있다. 모든 감독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며 "감독이라면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 나가야 한다. 그 방식이 결실을 내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옷을 벗는 것이 감독의 운명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다른 감독의 철학에 대해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른 감독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신 감독의 '방법론'은 무엇일까.
그는 "이승우가 튄다고? 튀면 더 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화려한 염색? 자신의 돈으로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승우의 개성 표출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승우로 인해 팀 전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승우를 보면서 다른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이승우의 튀는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감독 눈치만 보고 있던 선수들이 이승우를 보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튀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원한다. 짓누를 생각은 없다. 우리팀에선 어리다고 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법은 경기력 상승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경기에서 뛸 때도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너무 틀에 박힌 축구만 하려고 한다"며 "팀 분위기가 자유롭고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보지 않으면, 창의적으로 경기를 운용할 수 있다. 경기력도 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태용팀은 11일 제주도에서 첫 소집 훈련을 실시한다. 첫 만남에서 선수들에게 '자유'를 강조할 생각이다.
그는 "첫 소집부터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꿔 주려고 한다. 팀에서 웃고 떠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끼를 최대한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그래야 개인 기량도 발전한다. 제주도에서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대전화 사용? 역시 자유롭다.
신 감독은 "일부 코치들이 선수 휴대전화를 수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면서 잠을 자지 않는 선수들이 있어 훈련에 지장이 생긴다고 했다"며 "나는 반대했다. 18세면 성인이다. 휴대전화 때문에 훈련에 지장을 받는 선수라면 차라리 뽑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 사용 태도로 선수들의 자기 관리 능력과 책임감을 알 수 있다. 본인의 휴대전화 관리조차 하지 못한다면 세계 대회에서 느끼는 극도의 긴장감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팀에 필요 없는 선수다"고 덧붙였다.
자유를 허락한 것이지 '방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 감독은 "어떤 선수라도 팀 전체가 지켜야 할 기본 룰에서 벗어나면 용서하지 않겠다. 훈련 시간, 훈련 태도 등 기본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또 경기장에서 광고판을 걷어차는 등의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훈계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바르셀로나 듀오는 이번 제주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다. 내년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 훈련에서 이승우, 백승호를 불러 경기력을 확인할 것이다. 장결희도 소집할 것이다"며 "이들이 한국에 와서 뛴 것만 봤다. 포르투갈에서 직접 경기를 보고 점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승우에 대해 "장단점을 파악할 것이다. 장점을 늘리고 단점을 줄이면 분명 좋은 선수가 될 거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