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kt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훈련을 하고 있는 조동화의 모습. 양광삼 기자 SK 조동화(35)는 올 시즌 76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7년 이후 한 시즌 100경기도 못 뛴 건 무릎 부상을 당했던 2012년(24경기)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였다. 그만큼 팀 내 입지가 줄었다.
외야수 경쟁에서 밀린 결과는 참담했다. 주전 자리는 김강민과 정의윤 등이 꿰찼다. 제4외야수는 김재현이 맡으면서 조동화의 역할은 축소됐다. 시즌 중엔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갔다. 첫 번째 2군행을 통보 받았던 5월 27일에는 무려 42일 후에나 1군 재등록이 될 정도로 전력 외로 분류됐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2014년 겨울 4년, 총액 22억원의 잭 팟을 터트렸지만 대형 계약이 출전 기회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프로는 냉혹했다. 그는 "미안하다"고 몸을 낮췄다.
-2016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창피하기도 하고, 팀에 미안하기도 했다. 주장을 맡았었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미안하다. 나 같은 고참들이 선수들을 이끌어주면서 팀이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 "2014년 겨울 FA 신청을 하기 전에 성적(타율 0.262, 2홈런, 52타점, 37도루)이 좋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안타를 넘어서기도 했다. 몸은 정말 힘들었다. FA라서 열심히 한 것보다 당시 이만수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 그때가 그립더라. 몸은 지치고 힘들고 아파도 그라운드에서 부딪히면서 이겨내는 게 좋았다. 올 시즌에는 FA 계약을 한 선수라고 하기엔 성적이 너무 초라했다. 2군에 내려가 있으면서 1군에서 선수들이 뛰는 걸 항상 봤다. 심리적으로 다운돼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다는 평도 있다. "감독님이 원하고, 팀에 맞는 스타일을 쓰는 게 맞다. 올 시즌에는 스타일이 중복되는 (김)재현이가 워낙 잘 해줬다. 처음에는 작은 불만이 있었지만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이기 때문에 2군에 내려가 있을 때는 빨리 1군에서 불러줘서 기회를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불만이 많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어느 정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시즌 전에 항상 어느 자리가 내 자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현실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것 아닌가. "내공이 쌓여서 그런가.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게 있다.(웃음)"
-겨울 동안 준비할 부분이 많을 텐데. "내 스타일은 스피드가 줄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체중이 많이 늘었다. 평소보다 5~6kg 정도가 더 나가는 것 같다. 시즌 말미에 코칭스태프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좀 하고, 몸을 만들라는 말을 하시더라. 첫 번째 중점을 두는 게 스피드다. 젊은 선수들보다 체력은 부족하겠지만 뒤처지지 않으려고 스프링캠프 시작 전까지 훈련 스케줄을 미리 나눠놨다. 만약 감독의 부름을 못 받아서 대만 2군 캠프를 가더라도 아프지 않게 몸을 만들어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나이가 있고, 아픈 곳도 생겨 부상이 빨리 온다. 이번에는 다른 해보다 철저하게 해보려고 한다."
현역 희생번트 1위에 올라있는 조동화. SK 제공 -아직까지 번트를 비롯한 작전 수행 능력은 인정받고 있다. "항상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담이 생기더라. 올 시즌에 1점차 중요한 순간에 번트를 하러 나가봤는데, 한국시리즈 때보다 더 떨리더라.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기술은 있는데, 이걸 심리적으로 이겨내려면 아직 더 해야 한다. 올해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이다."
-중요한 걸 느낀 것 같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창피한 시즌이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추후에 혹시 지도자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SK 왕조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갔을 때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얼마나 잘 이끌고 있는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베테랑으로 창피하고 미안한 이유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 성적에 분명 베테랑의 영향도 들어간다.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선배들에게 받았던 혜택을 후배들에게 다시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옛날 분위기를 다시 갖춰가야 한다."
-2017시즌 역할이 작지 않다. "후배들이 많이 성장해 선의의 경쟁보다는 생존의 경쟁이 됐다. 백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대수랑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고참급 선수들이 은퇴하는 요즘 분위기를 보면 ”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하게 되더라.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KBO 번트 순위 통산 1위도 가시권인데. "몇 개 안 남은 200도루(현재 191개)도 하고 싶고, 김민재 코치 기록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을 치르면서 하고 싶어도 내 의지대로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기록적인 건 모두 머리 속에서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