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공효진의 얼굴을 봤지만 이 얼굴은 또 처음이다. 처연하고 애잔하고 공포스럽고 싱그럽기까지 한 얼굴이 한 캐릭터 안에 모두 담겼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는 흥행과는 또 다른 의미로 공효진의 인생작이 될 전망이다. 영화·드라마를 통틀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공효진의 얼굴이 '미씽: 사라진 여자'에는 있다. 변신을 좇는 것이 아닌, 스스로 변화와 변신을 이룩하는 공효진은 그래서 늘 박수 받는다.
이번 영화에서 100% 순수 중국인을 연기한 공효진은 캐릭터를 통해 보여줄 것이 많았다. 때문에 비주얼부터 연기력까지 해내야할 일도 많았다. 영화의 크기를 떠나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 연기에 욕심이 있는 여배우라면 한 번쯤은 탐냈을 캐릭터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열심히'를 뛰어 넘어 '잘'하는 것을 중요시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이는 경험이 쌓이고 신뢰가 쌓인 프로들에게 때론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12편의 드라마를 내리 성공시키고, 스크린에서는 늘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공효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기가 익숙해도 처음 시도해 보는 캐릭터는 늘 낯설고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연기 칭찬을 받았던 배우가 저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사례는 이미 여러 번 봤다. '진짜 중국인이 해야 할 역할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어려운 캐릭터를 공효진은 결국 또 해냈다.
공블리 이미지의 정점을 찍은 드라마 '질투의 화신' 종영 후 곧바로 개봉하게 된 영화인 만큼 공효진의 다른 얼굴은 더욱 돋보였다. 오랜시간 쌓이고 축적된 공블리를 공효진은 '미씽: 사라진 여자' 한매로 말끔하게 걷어냈다.
그렇다고 공블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한 공효진은 알고 있다. 러블리함을 언제든 뽐낼 수 있는 내공을 갖춘 공효진은 화려함을 버린 채 질끈 묶은 헤어스타일에 변장에 가까운 분장,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펑펑 울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예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멋있다는 말은 진리다. 낯선 분위기도 잠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미씽: 사라진 여자' 한매는 예뻤고 아름다웠고 또 멋졌다.
공효진은 인터뷰에서 "나는 지겹지 않지만 너무 공블리 이미지로만 보여지는 것이 대중들은 지겨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동안 드라마를 찍다 보면 머리카락도 자르고 싶고 도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걸 영화로 해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믿고보는 공효진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이젠 공효진의 도발을 더 적극적으로 응원하게 된다. 다만 '미씽: 사라진 여자' 같은 경우 우주의 기운이 흥행으로 조금만 뻗쳤어도 아쉬움이 조금은 덜 했을 터.
공효진은 차기작으로 내년 이병헌·소희와 이미 촬영을 완료한 '싱글라이더'를 선보인다. 이 작품 역시 꽤 독특하기로 충무로에 입소문이 나 있는 상황. 팔색조 공효진이 매력이 어떤 방식으로 터졌을지 기대감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