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은 풀타임 2년 차인 2011년부터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타격, 최다안타 부문에서 꾸준히 리그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콘택트 히터로 인정받았다. 2013년 WBC,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의 외야 한 자리도 그의 몫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손아섭에게 시련이 왔다.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다. 시즌 초반부터 좋지 않은 타격감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해 7월에는 부친상을 당했다. 코칭스태프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긴 오해가 외부에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후반기 58경기에선 타율 0.328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0.317로 시즌을 마쳤다. 그를 향해 설정된 높은 기준을 채우긴 부족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만족하지 못했다. 역대 타이기록인 5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도 좌절됐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스팅을 신청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무응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었다. 고질적인 옆구리 통증이 부상으로 악화돼 1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손아섭을 향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손아섭은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발휘했다.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5월까지는 타율 0.267에 그쳤지만 이후 70경기에서 0.358를 기록했다. 타율 0.323·16홈런·81타점·118득점·41도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최다안타(186개) 부문 4위, 득점과 도루는 2위를 차지했다. 리드오프에 충실했고, 높은 기여도를 증명하는 성적을 냈다. 무엇보다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팀 타선을 지켰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을 기대할 만하다. 경쟁자들은 쟁쟁하다. KBO가 타율 0.310 이상 선수를 기준으로 잡았다. 손아섭의 타율은 후보 14명 중 열 번째다. 3할3푼 이상 기록한 타자만 5명이다. 이 기준으로는 경쟁이 어렵다. 하지만 후보자 중 득점 1위, 도루 2위를 기록했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5.15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다른 무기로 경쟁한다. 타격 3관왕, 외야수 부문 WAR 1위 최형우(KIA)의 수상은 확실하다. 나머지 2명은 혼전이다. 김재환(두산)이 홈런(37개)과 WAR(5.37·2위)을 앞세우고 있지만 약물복용 전력이 감점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는 올 시즌 개인 타이틀 수상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후보도 3명뿐이다. 3루수 부문 후보인 황재균은 홈런왕 최정, KIA 주장 이범호와 경쟁해야 한다. 외야수 김문호는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진다. 그나마 손아섭의 수상 가능성이 크다. 손아섭마저 탈락하면 롯데의 올겨울은 더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