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늘(13일) 오후 4시40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명실상부한 KBO 리그 최고의 축제다. 매년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황금빛 장갑을 들고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다. 골든글러브는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꿈이다.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다.
올해는 어떤 선수가 금빛 환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갈까.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를 모아 봤다.
#니퍼트 VS 최형우, 최다 득표 2라운드
MVP 경쟁 2라운드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KIA 최형우가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를 놓고 다시 맞붙는다. 니퍼트는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 다승(22승),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 3관왕에 올랐다. 최형우도 외야수 세 자리 가운데 한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올해 삼성 소속으로 뛰면서 타율(0.376), 타점(144개), 최다안타(195개)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수상 여부는 관심거리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표를 쓸어 담느냐에 더 이목이 쏠린다.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라는 핸디캡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이미 올 시즌 MVP로 선정됐다. 역대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시즌은 1982년과 1998년밖에 없다. 2014년 앤디 밴 헤켄(넥센)과 2015년 에릭 해커(NC)에 이어 3년 연속 외국인 투수의 수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최초로 FA 100억원 시대를 열면서 KIA로 이적했다. 동시에 이적 직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역대 7번째 선수로 기록될 듯하다.
#테임즈를 향한 민심의 향방은?
에릭 테임즈는 올해도 NC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았다. 123경기에서 타율 0.321, 홈런 40개, 12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공동 1위와 장타율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탄 데 이어 2년 연속 황금장갑을 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타자 역대 최초다. 지난해까지 총 14번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가져갔지만 2년 연속 수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테임즈는 또 다른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시즌 막바지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알려져 잔여 경기 출장정지 징계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건강하고 성실해 보이는 테임즈의 이미지에 커다란 금이 갔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밀워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더 이상 KBO 리그 선수라는 소속감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테임즈의 올해 성적은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이다. 과연 테임즈는 투표인단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았을까.
#신재영·박석민·허경민·강민호는 어디로 갔나
골든글러브 후보에는 각 부문 타이틀 홀더가 자동으로 포함된다. 투수는 평균자책점이 3.40 이하면서 15승 이상, 또는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야수는 규정타석을 채우고 해당 포지션에 수비로 96경기 이상 출전해야 한다. 야수들은 이 외에 포지션별로 기준 타율이 다르다. 그해 후보군의 성적에 따라 차등이 생긴다.
올해 신인왕에 오른 넥센 신재영은 올 시즌 15승을 올린 투수 5명 가운데 1명이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3.90이라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루수 부문에서는 NC 박석민과 두산 허경민이 후보에서 누락됐다. 1루수, 2루수, 3루수 후보 기준 타율은 0.310다. 박석민은 홈런 32개를 치고 104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이 0.307로 딱 3리 모자랐다. 올해 144경기에 모두 3루수로 출전한 허경민도 타율이 0.286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롯데 강민호는 더 아쉽다. 포수 부문 기준 타율은 0.290다. 강민호는 올해 타율 0.323, 홈런 20개, 7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포수 출전 경기가 기준치인 96경기에서 딱 한 경기 모자랐다. 황금장갑 재도전도 물 건너갔다.
#김태균의 포지션 이동이 미치는 영향은?
한화 김태균은 골든글러브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매년 그해 최고의 타자 가운데 1명으로 꼽혔지만 골든글러브는 2005년과 2008년 1루수 부문에서 두 차례 수상한 것이 전부다. 1루수 부문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다. 타격 7관왕에 빛나는 롯데 이대호, 2년 연속 50홈런을 친 넥센 박병호(현 미네소타),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NC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등이 김태균을 제쳤다.
올해 김태균은 1루수 부문을 벗어났다. 데뷔 후 처음으로 지명타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1루수보다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기가 더 많아서다. 물론 이번에도 후보가 쟁쟁하다. 3년 연속 수상과 최고령 수상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삼성 이승엽이 경쟁자다. 그러나 성적에서 김태균을 위협할 만한 후보는 없다. 그는 올해 144경기를 모두 뛰면서 타율 0.365로 전체 2위, 출루율 0.475로 1위에 올랐다. 타점이 무려 136점. 사상 첫 300출루도 달성했다.
적수가 없다. 1루수 부문에서 맞닥뜨릴 뻔했던 테임즈와 경쟁도 피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이승엽조차 "올해 골든글러브는 김태균이 받는 게 맞다"고 지지를 보냈다. 포지션을 이동한 김태균의 역대 3번째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