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국정농단 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지금 '대한축구협회'도 그들만의 농단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조중연(70) 전 협회장을 위해 '특급 전관예우'를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KFA만의 법칙이다. 상식 밖의 일이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임에도 KFA는 당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지난 7일 조 전 회장이 2011년 7월부터 2012년 5월 사이 3회에 걸쳐 해외 출장하는 데 부인을 동반하고 3000만원에 달하는 부인의 출장 비용을 KFA 공금으로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또 "KFA는 조 전 회장과 자문 계약을 하고 비상근 임원임에도 보수성으로 매월 500만원을 17개월간 지급, 차량과 전담 기사를 제공하는 등 총 1억44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문 계약 기간 동안 조 전 회장의 자문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조 전 회장에 대한 '수사 의뢰 및 중징계 요구, 사적 집행 금액 환수 조치'라는 최종 결정을 KFA 측에 통보한 상태다.
명백하게 범죄가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고 KFA는 요지부동이다.
KFA는 "조만간 새 집행부 출범에 따라 조 자문의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라는 사과문 하나만 올렸다. 새 집행부가 출범할 때까지 조 자문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즉시 징계를 내려도 늦은 감이 있지만 KFA는 여유가 넘친다. 문체부가 내린 권고 사항은 KFA가 다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절차 때문이다. 이 과정은 최소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KFA는 손을 놓고 있다. 시간 끌기 식이다.
KFA의 한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징계를 내릴 텐데 KFA가 자체 징계마저 내리면 이중 처벌이 되는 것 아니냐. 자체 징계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FA를 도와주기 위해 오신 원로다. 최대한 잘 보내 드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두둔했다.
자문 실적이 전무한 데 대한 KFA 측의 해명도 궁색했다.
KFA 측은 "자문이지만 결과물을 도출시키는 계약은 아니다. 리포트, 보고서를 제출하는 형태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적이 없어도 추상적인 실적을 만들어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액의 연봉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자리다. KFA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급 전관예우'의 모습이다.
조 자문을 다시 받아들일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결말이다.
지난해 4월 KFA는 조 협회장을 축구발전자문으로 위촉했다. 경험이 풍부한 원로라면 자문 선임하는 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각종 구설수와 논란을 일으킨 인사를 다시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조 전 회장은 임기 동안 대표팀 감독 밀실 경질, 비리 직원 위로금 지급, 일본과 굴욕 외교 등으로 큰 비난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KFA는 자문 선임이라는 소식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조용하게 극진히 '모시는' 방법을 택했다.
진짜 사건은 이후에 진행됐다. 지난 3월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KFA 비리 제보가 접수됐다. 핵심은 조 자문이었다. 이번에 밝혀진 모든 내용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KFA는 이 내용을 문체부 조사가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배임 혐의를 저지른 인사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쉬쉬하며 자문으로 모신 것이다.
KFA는 조 자문 배임 혐의가 확실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불거졌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어떤 징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KFA 징계 규정에 따르면 명예 실추와 직권남용 행위, 금전 비리, 배임, 횡령 등에 해당하는 자는 자격정지 1년에서 3년 이상, 제명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왜 KFA는 자체 징계를 내리지 않았을까.
KFA 관계자는 "비위 행위가 발각됐으면 내부적으로 징계를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다. 조 자문은 부부 동반 출장이 협회 발전을 위한 공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 자문의 자의적인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징계를 내리지 않은 이유다.
상식적인 조직은 어떠한가. 부부 동반 해외 출장은 바로 해임을 당할 만한 사건 아닌가. 그러나 '공적'이라는 조 자문의 말 한마디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가 KFA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KFA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가 끝나고 최종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징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종 결정이 난 지금도 KFA의 의지는 그대로다.
일련의 행태는 전관예우를 넘어섰다. 공범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처벌 대신 숨겨 주고, 막아 주고, 보호했다. 법과 규정 그리고 사회적 정의보다 앞선 예우는 세상에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런 일을 지금 KFA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