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30·두산)이 '황금 장갑'의 주인이 된다면, 비로소 그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희관은 지난 13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명장면을 남겼다. 그는 이날 골든포토상 수상자로 단상에 섰다. 한국시리즈 우승 세레모니를 하는 두산 선수들의 포효가 올 시즌 최고의 한 장면으로 선정됐고,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의 마스크를 쓰고 '생생한 느낌'을 전한 유희관이 대표 선수로 나섰다.
그는 "야구선수가 포토상만 받는다"며 넉살 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시상식에 참가한 다른 두산 선수들이 단상에 올랐고, '축소판'이지만 다시 한 번 이 장면을 재연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유희관은 언제나 유쾌하다. 재치있는 입담, 유쾌한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그도 진지하고 싶을 때가 생겼다. 유희관은 "만약에 내년 시즌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자로 선정 되다면 그 때만큼은 진지한 모습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인터뷰나 행동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하지만 늘 같은 모습일 수 있겠는가. 이례적으로 진지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며 웃었다.
유희관은 일구회 시상식에서 올 시즌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골든글러브에선 기준 미달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그를 반기는 팬들을 향해 "상도 못 받았는데 너무 반겨주지 말라"며 부끄러워하던 그였다. 모든 선수가 '최고'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유희관도 언젠가는 골든포토상이 아닌 황금장갑을 들고 귀가하고 싶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진지'하려 한다.
올 시즌을 돌아본 유희관은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려서 한 시즌 내내 걱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15승을 거둬 만족한다. 더 많은 이닝,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완벽할 수 있는가. 부족한 게 있기 때문에 내년 시즌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고 전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15승·6패·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다. 30경기를 채웠고, 185⅔이닝을 소화했다. 다른 선발 투수들이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둬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2년 연속 15승 이상 기록했지만 이전만큼 인정받지 못했다.
유희관이 넘어야할 벽이다. 그는 이전부터 "매년 나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칭찬이 '발전 동력'이 되던 시기가 지났다. 그래서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희관은 "이전에는 10승만 해도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기대치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부담을 가지 않으려한다. 못하면 질타, 잘하면 칭찬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저 최선을 다해 준비할 뿐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