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을 야기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루카 모드리치) "중요한 경기에서 의혹을 없앨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세르히오 라모스)
같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 두 선수의 의견도 이렇게나 엇갈린다. 비디오 어시스턴트 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s)을 둘러싼 전 세계의 축구인과 팬들도 마찬가지다.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첫선을 보인 VAR을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VAR은 말 그대로 비디오 판독을 통해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경기장 방송실에 마련된 특별 공간에서 비디오 부심들이 경기 상황을 살펴 실시간으로 주심이 놓치는 장면에 대해 정보를 전달한다. 주심은 이렇게 전달받은 정보를 판정에 활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 두 경기 모두 주심이 VAR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경기 결과가 바뀐 경우도 있었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의 경기다.
이 경기 전반 28분 주심은 VAR을 통해 가시마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 골은 선제 결승골이 돼 가시마를 결승전으로 인도했다. 이어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의 경기서도 VAR이 사용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의 골이 오프사이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경기는 잠시 중단됐고, 결국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득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1)는 "나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선수들은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이 제도는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팀의 세르히오 라모스(30)는 "FIFA는 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의혹을 없앨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VAR은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공정한 판정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모두 불러일으켰다.
물론 클럽 월드컵에 VAR을 도입한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결과에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결승전 하루 전인 17일, 지아니 인판티노(46) FIFA 회장과 마르코 판 바스턴(52) 기술발전위원장, 마시모 부사카(47) 심판위원장 등 클럽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VAR이 거둔 긍정적 결과를 전했다.
이 자리서 인판티노 회장은 "아직은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VAR을 사용해 본 결과 큰 용기를 얻었다. 배워 나가는 과정이고 더 검토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판 바스턴 위원장도 "선수들도 다들 모드리치처럼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혼란스럽겠지만 내게 결정권이 없으니 적응해야 한다"고 수동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당장 VAR 때문에 페널티킥을 내줘야 했던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미드필더인 마테우스 우리베(25)는 "이건 더 이상 축구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개선을 통해 2018 러시아월드컵 도입을 노리고 있는 FIFA와 달리 유럽축구연맹(UEFA)의 알렉산더 세페린(48) 회장은 "아직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