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중순, 국정농단 파문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은 발칵뒤집어졌다. 어지러운 시국에 국민을 위로하고 함께 분노해준 것은 음악이었다.
2300여명의 음악인은 지난 달 8일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음악인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일찍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
음악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국민들을 위로했다. 무료곡을 배표하기도 했으며 디스로 해학적인 가사로 국민들의 아픈 속을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승환과 전인권, 이효리는 지난 달 10일 '길가에 버려지다'를 무료로 배포했다. 이규호가 작사, 작곡한 '길가에 버려지다'는 국가 혹은 집단과 개인 사이의 질문에서 시작된 노래로, 현재의 갈등과 방황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처연한 슬픔을 이겨낼 희망을 그렸다. 음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곡으로, '마법의 성'을 만든 더클래식의 박용준, 들국화 베이시스트 민재현, 이승환 밴드의 최기웅, 옥수수사진관의 노경보, 이상순, 전제덕 등이 참여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 장필순, 김광진, 한동준, 이승열, 윤도현, Kyo(이규호), 린, 김종완(넬), 스윗소로우,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하동균, 선우정아, 노경보(옥수사진관), 빌리어코스티, 배인혁(로맨틱펀치), 옥상달빛이 가창에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2가 공개됐다. 총 100여 명의 뮤지션이 참여한 이번 곡 역시 무료로 배포됐다.
래퍼들도 동참했다. 산이와 DJ DOC는 각각 '나쁜 X'와 '수취인분명'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산이는 전 연인과 헤어진 올해가 나빴다는 이야기를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언어유희로 담아냈고, DJ DOC는 직설적인 가사로 시국을 표현했다.
저항가요의 대표주자 안치환도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무료로 발표했고, 조PD와 작곡가 윤일상도 정권을 정면 비판한 '시대유감 2016'을 세상에 선보이며 국민의 분노를 대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종신도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19일 재즈풍 캐럴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발표했다. 이 노래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함께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보자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정리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세월호 사건의 아픔과 광장의 촛불, 손석희 앵커의 앵커 브리핑을 연상케 했다.
직접 촛불을 들고 나선 가수도 있었다. 김장훈이 대표적. 김장훈은 촛불 집회 연장을 찾아 시민들과 어울리며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그리고 신곡 '21년'과 '어디서 어디까지'를 발표하며 대중들을 위로했다.
이승환·전인권·양희은·한영애·이은미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메운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노래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