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의 실패는 뼈아프지만 강동원에게는 좋은 약이 됐다.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변화와 변신에 일가견 있는 강동원이라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했을 모험이다.
개봉 전부터 1000만 프로젝트라 불린 '마스터(조의석 감독)' 역시 어떻게 보면 뻔하고 가장 매력없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형사 캐릭터와 탄탄한 시나리오에 이끌렸다고 한다. 선배 이병헌과의 만족도 높은 첫 호흡을 위해 '뒷조사'까지 감행한 노력은 강동원의 열정이자 애정이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이병헌과 붙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진회장은 나쁜 역할이고 중간에 박장군(김우빈)이 있었고 난 박장군을 이용해 움직이는 캐릭터라 직접적으로 마주할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병헌 선배님이 든든히 버텨 주시겠구나' 싶은 마음에 의지가 되는 부분은 있었다."
- 직접 만난 배우 이병헌의 에너지는 어땠나.
"'타고 나기를 배우로 타고난 분이구나' 싶었다. 연기 하면서 관찰도 많이 했다. 워낙 사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선배님은 좀 독특한 분이다. 독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 무엇이 그렇게 달랐나.
"사실 촬영 전 병헌 선배님과 우빈이의 뒷조사를 좀 했다.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잘 지내야 하니까.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다.(웃음) 선배님은 생각했던 것 보다 웃기시더라. 아쉬운 것은 정말 많이 부딪히지 못했다는 것. 확실히 놀라운 부분도 많았다."
- 연기적인 면에서?
"선배님의 발성과 발음, 딕션을 눈 앞에서 보니까 그게 그렇게 놀랍고 신기하더라. 대사치는 느낌이 특이했다. 그래서 숙소에 가면 몰래 혼자 선배님 대사를 따라하기도 했다. '그게 조~ 단위가 됐을 땐 뭐~라 그럴 것 같애?'라면서 중얼중얼 거렸다.(웃음)"
- 본인의 발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조진웅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면서 '와, 목소리가 이렇게 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음악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3년 정도 연습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과거에 비해서는 좀 개선된 것 같다. 아, 우빈이가 딕션이 참 좋더라. 두 분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 이병헌에게 연기적인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나.
"묻는 후배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데뷔 때부터 뭘 물어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게 좀 애매하다. 신인이건 베테랑이건 결국 같이 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물어보면 너무 참견을 한다. 사사건건 참견을 하고 나중에는 트집까지 잡으니까 곤란하더라."
-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 같다.
"사실 꼭 물어보고 싶어서 물어봤다기 보다는 예의상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의도했던 부분도 있는데 계속 참견을 하면 배우 입장에서는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연기는 없는 자신감도 끌어내서 해야 하는데. 웬만하면 그런 대화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물론 병헌 선배님이 그러실 분은 아니지만, 한 번 그런 분위기가 시작되면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애초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 묻지도 않고 간섭도 안 한다. 대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제안하는 정도다."
- 이병헌이 말하길 필리핀에서 강동원이 입었던 모든 옷이 궁금하고 탐났다고 하더라. '쟨 저걸 어디서 구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던데.
"진짜? 하하. 필리핀에 갈 때 딱 셔츠 두 장, 바지 두 벌만 가져갔다. 혹시 어느 정도 의상을 갖춰야 들어갈 수있는 식당에 가게 될까봐. 신발도 식당용 하나만.(웃음) 요즘엔 2주를 가도 조그만한 가방 하나만 들고 간다. 최대한 움직이기 편하고 기능성 있는 옷만 챙긴다. 그래서 배정남이라는 친구의 숙소에 갔다가 기절할 뻔 했다."
- 패션쇼 수준이던가.
"신발만 12켤레를 깔아놨더라. 한국에서 삼계탕을 사왔다고 하길래 삼계탕을 받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야, 너 제정신이냐?'고 한 마디 하기도 했다. 어차피 촬영 때 입는 의상은 따로 있으니까. 간편한 것이 좋다."
- 의상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간 연기한 캐릭터의 복식 변천사도 화려하다. 특별히 마음에 든 의상이 있었나.
"다른 의상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검은사제들' 때 사제복은 확실히 달랐다. 그 동안 '옷은 옷일 뿐이지. 영화 속 도구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제복은 입는 순간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경찰 제복은 제대로 못 입어봐서 모르겠고. 죄수복은 그다지 안 입고 싶다. 좋아하는 복장은 아니다.(웃음)"
- 평소에는 올 블랙을 좋아하나. 오늘도 올 블랙이다.
"올 블랙으로 입고다닐 때가 많다. 그래도 오늘 아우터는 그린이다.(웃음) 이유는 모르겠는데 검은색이 좋더라. 다른 옷을 보다가도 블랙을 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