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각종 식품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풀루엔자(AI) 사태까지 겹쳐 계란값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오는 27일부터 전체 맥주 브랜드 출고가격을 평균 6.33% 인상한다. 이번 인상은 4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인상에 따라 대표 브랜드인 하이트와 맥스의 500㎖ 한 병당 출고가격은 1079.62원에서 6.21% 인상된 1146.66원으로 67.04원 오른다.
오비맥주는 이미 지난달 카스와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 바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의 가격 인상은 농심이 지난 20일부터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 등 18개 품목 가격을 올리면서 신호탄을 쐈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도 50원씩 올라 각각 900원과 850원이 됐다.
업계 1위인 농심의 가격 인상에 삼양식품 등도 가격 인상 범위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빵값도 올랐다. 파리바게트는 2년 10개월 만에 19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단팥빵이 800원에서 900원(12.5%)으로 올랐으며 롤 케이크는 1만 원에서 1만1000원(10%)이 됐다.
지난달에는 코카콜라가 콜라와 환타 가격을 평균 5% 인상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AI 확산에 따라 계란값이 크게 뛰면서 '공급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계란 한판(30개)당 소매가격이 평균 6465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8.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계란 판매가격 인상과 함께 구매 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일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으로 제한하고 행복생생란(특대) 가격을 기존 6500원에서 7290원으로 올렸다. 이마트 역시 21일부터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계란 판매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계란 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닭고기 가격 역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을 낳는 산란계와 달리 식용인 육계 농가에서는 AI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방역 조치 여파로 농가 절반이 사육할 병아리를 새로 들여오지 못해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추와 무 생산량이 줄면서 농산물 가격도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