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남은 2016년 세계 축구계를 요약하는 키워드다. 올해 세계 축구는 유독 '언더독'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은 불리한 조건을 딛고 승리하며 '스포츠에서만큼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반면 아픔도 겪었다. 세계 축구계는 꿈과 희망의 동화를 써 내려가던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일간스포츠는 10대 키워드로 올 한 해 세계 축구계에 있었던 환희와 아픔의 순간들을 짚어 봤다.
◇ 포르투갈, 유럽 챔피언 등극
'영원한 다크호스' 포르투갈이 역사상 첫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포르투갈은 지난 7월 끝난 유로 2016에서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초 포르투갈을 우승 전력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의 강호'들을 넘기에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에는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다.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사상 첫 유로 우승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프랑스와 결승전 초반 부상으로 교체 아웃 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벤치에서 감독 못지않게 팀을 독려하고 응원해 포르투갈 1-0 승의 '숨은 최우수선수(MVP)'라는 찬사를 받았다.
◇ 레스터 시티, 잉글랜드 정복
영국의 인구 33만 명 소도시 레스터를 연고지로 한 레스터시티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접수했다. 레스터 시티는 5월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884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공장 노동자와 빈민가 출신 등 '축구 미생'들로 이뤄진 레스터 시티는 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등 강력한 우승 후보를 제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발 더 뛰며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이 무기였다. 132년 만의 기적 같은 우승을 일군 레스터 시티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 편의 동화로 받아들여졌다.
◇ 2016년은 호날두 시대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에 밀려 '2인자'로 불리던 호날두가 통산 4번째 발롱도르(Ballon d'Or·황금공)를 받으며 '호날두 시대'를 열었다. 호날두는 이달 13일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한 해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됐다. 호날두는 5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끈 데 이어 포르투갈의 유로 우승컵도 안겼다.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16골 4도움(12경기)을, 유로 2016에서는 3골 3도움(7경기)을 기록했다. 2008·2013·2014년에 이어 올해도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된 그는 통산 5회(2009~2012·2015년) 수상자 메시에 이어 역대 최다 수상 2위가 됐다.
◇ 차이나머니, 세계 축구 강타
중국 프로축구가 세계 축구의 심장인 유럽을 습격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축구 스타들을 줄줄이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23일 첼시(잉글랜드)를 떠나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로 이적한 오스카(브라질)가 대표적이다. 첼시에 이적료 6000만 파운드(약 900억원)을 안긴 오스카는 주급 40만 파운드(약 6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 출신 카를로스 테베즈는 조만간 세계 축구의 최고 '연봉킹'이 될 전망이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현재 보카 주니어스 소속인 그는 상하이 선화(1부리그)로부터 주급 61만5000 파운드(약 7억4000만원)를 제안받았다. 주급 36만5000 파운드(약 4억4000만원)의 호날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 샤페코엔시 비극
세계 축구사에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브라질 프로축구 샤페코엔시 선수단 등 77명을 태운 여객기가 지난달 29일 콜림비아를 지나던 중 추락했다. 이 사고의 생존자는 선수 3명과 승무원 2명, 기자 1명 등 총 6명뿐이었다. 4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승격한 샤페코엔시는 사고 이틀 뒤 남미 축구 대회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를 비롯해 메시, 호날두 등 세계 축구계는 한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샤페코엔시의 비극을 위로했다.
◇ 메시, 또 메이저 대회 눈물
메시의 메이저 대회 무관 징크스는 계속됐다. 메시는 6월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100주년 대회에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메이저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칠레와 결승에서 만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졌다. 메시는 승부차기를 실축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회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 포그바, 세계 최고 몸값 경신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폴 포그바(2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8월 이적료 1억500만 유로(약 1300억원)을 투자해 유벤투스(이탈리아)서 뛰던 포그바를 데려왔다. 포그바의 몸값은 2013년 가레스 베일(27)이 토트넘(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기록한 1억 유로(약 1240억원)를 넘어섰다.
◇ 브라질, 올림픽 첫 금메달
브라질이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키스했다. 브라질은 8월 자국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에서 독일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우승했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은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 라이프치히, 뮌헨 라이벌 급부상
'승격팀' 라이프치히가 독일 분데스리가(1부리그)를 흔들었다. 올 시즌 승격한 라이프치히(승점 36)는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승점 39)에 불과 승점 3 뒤진 2위로 전반기를 마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09년 5부 리그팀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해 재창단한 라이프치히는 음료 회사 레드불의 막강한 지원 덕에 7년 만에 1부 무대를 밟았다.
◇ 첼시, 스리백의 힘 과시
지난 시즌 한때 강등권을 맴돌았던 첼시가 올 시즌 스리백을 앞세워 부활했다. 개막을 앞두고 '스리백의 달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선임한 첼시는 스리백을 기본 전술로 리그 11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로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