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엡스타인(43) 시카고 컵스 사장은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2011년 컵스는 5할 승률에서 20승이나 미달한 약체였다. 그해 10월 부임한 엡스타인은 효과적인 트레이드로 백 년 넘은 '저주'를 깼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는 월드시리즈 직후 "엡스타인이 완벽에 가까운 트레이드 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KBO리그에선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다. 결과에 부담을 느낀 구단들이 선수 이동을 꺼려한다. 현장에서 합의를 이뤘더라도 구단 수뇌부에서 반대해 트레이드가 불발되기도 한다.
최근 5년 동안 단행된 트레이드는 25건(무상 트레이드·웨이버 이적·NC와 kt 특별지명 제외). 연평균 5건에 불과하다. 이중 넥센이 최다인 9번의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NC가 3번으로 가장 적었다. 과연 어느 팀이 웃었을까. 트레이드된 선수가 해당 구단에서 기록한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을 기준으로 결과를 알아봤다.
◇NC의 압승으로 끝난 임창민 트레이드
2013시즌부터 1군에 진입한 NC는 총 3건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신생 구단으로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었다. 2012년 1월 특별지명으로 선수 8명을 수혈해 급한 불을 껐다. 트레이드보다는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집중했다. '매물'로 내놓을 선수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횟수는 적었지만, 결과는 평균 이상이다.
트레이드당 평균 누적 WAR이 2.87로 10개 구단 중 1위다. 2012년 11월 넥센과 진행한 트레이드가 '대박'이었다. 당시 NC는 투수 김태형(이하 누적 WAR 0)을 내주고 투수 임창민(7.19)과 내야수 차화준(0.20)을 영입했다. 1군 등판이 통산 5경기 밖에 되지 않았던 임창민은 이적 후 주전 마무리로 성장했다. 2015시즌부터 2년 연속 '60경기 등판·20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뽑혔다. 반면 김태형은 1군 데뷔를 하지 못하고 2015년 2차 드래프트 때 LG로 이적했다. 임창민과 차화준의 누적 WAR 7.39가 고스란히 '순익'이 됐다. 최근 5년 트레이드 중 가장 일방적인 결과였다.
◇'천당과 지옥 모두 경험' 넥센
넥센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팀이다. 5년 동안 총 9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선수 영입이 많아 누적 WAR이 압도적 1위(13.58)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2012년은 '쪽박'이었다. 트레이드 3건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5월 SK와의 1대1 트레이드 때 영입한 포수 최경철은 WAR 0.07를 기록하고 이듬해 LG로 떠났다. SK로 이적한 전유수(4.79)는 주축 불펜투수로 발돋움했다. 그해 7월 두산과 진행한 1대1 트레이드 결과는 더 뼈아프다. 당시 넥센은 오재일을 내주고 이성열을 영입했다. 왼손타자 맞교환. 오재일은 이적 후 누적 WAR 6.48을 기록, 중심타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성열은 WAR 1.44만 남기고 2015년 4월 한화로 이적했다.
2012년엔 임창민을 NC로 보내는 아픈 경험을 했다. 하지만 삼 세 번. 2013년 트레이드 때 NC에서 신재영을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신재영은 올해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시즌 WAR이 5.08로 리그 전체 투수 중 6위. 반대급부로 내줬던 지석훈(0.67), 이창섭(-0.12), 박정준(0.51)의 활약을 넘어섰다. 2013년 11월 두산과의 1대1 트레이드 때 영입한 윤석민(3.16)도 장민석(-0.49)에 비해 압도적 성적을 거뒀다. 성공 사례로 충분하다.
◇'평가 유보' kt-롯데 트레이드
2015년 5월 kt와 롯데는 무려 4대5 트레이드를 성공시켰다. kt는 '미래의 에이스' 박세웅을 축으로 선수 4명을 롯데로 보냈고, 롯데는 포수 장성우를 비롯한 선수 5명을 내줬다. 트레이드 이후 누적 WAR은 kt(3.49)가 롯데(2.22)보다 더 높다. 장성우가 WAR 3.11로 혼자서 89.1%를 책임졌다. 하지만 장성우는 올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2017시즌 활약도 불투명하다.
롯데는 박세웅(1.19)과 포수 안중열(0.46)이 1군에서 자리 잡으면서 트레이드 평가를 바꾸고 있다. 성적과 관계없이 트레이드 승자는 롯데로 보였다. 그러나 정규시즌 뒤 사건이 또 터졌다. 트레이드에 포함됐던 투수 이성민(0.54)이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트레이드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사건사고'라는 관점에서도 균형이 맞는 트레이드였다.
◇기대와 결과가 달랐던 한화
한화는 총 5건의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영입된 선수가 기록한 누적 WAR은 2.54. 트레이드당 평균 WAR은 0.51로 리그 최하위다. 2013년 2월 단행된 송창현(1,1)-장성호(0.73) 맞트레이드에선 승자가 됐지만, 이후 뚜렷한 전력 상승효과를 얻지 못했다. 포수 조인성(-0.17)과 허도환(-0.15)은 영입 후 모두 -WAR을 기록했다. 2015년 5월 KIA와 단행한 3대4 트레이드는 투수 김광수(1.25), 외야수 노수광(1.13) 등이 이적 후 활약하면서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한화가 영입한 선수 중 가장 높은 WAR은 외야수 이성열이 기록한 1.46이다.
◇'5건 중 4건 성공' 알짜 영입 SK
알짜 선수 영입이 가장 많았던 구단은 SK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5건의 트레이드 중 4건에서 비교 우위를 보였다. 2012년 영입된 전유수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찼다. 당시 SK는 백업 포수 경쟁에서 밀린 최경철을 매물로 전유수를 영입했다.
2013년 5월 단행된 KIA와의 2대2 트레이드도 김상현(0.28), 진해수(0.79)가 WAR 1.07을 합작해 송은범(0.04), 신승현(0.34)의 0.38보다 더 높았다. 지난해 LG와 진행한 3대3 트레이드는 정의윤이 누적 WAR 4.55를 기록하며 SK에 압승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