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44)는 대한민국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장르물의 대가'다. 올해 1월 방송된 tvN '시그널'을 통해 장르물의 저변을 확대했다. 2011년 '싸인'을 시작으로 '유령'·'쓰리데이즈'·'시그널'까지 연속 흥행타로 '장르물은 안방극장에 통하지 않는다'는 공식을 비켜 나갔다. 탄탄한 대본 안에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김 작가는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극본상을 수상했다. 일간스포츠에서 진행한 '2016 파워피플'에서도 종합 8위(작가 중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스타 작가 위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러브콜을 보내 김 작가를 취중토크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의 곁엔 약 18년의 세월을 함께한 '절친' 배우 장현성(46)이 함께했다. 적극적으로 장현성을 자신의 취중 파트너로 추천한 김 작가는 "이보다 좋은 사람은 없다"고 치켜세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극본상을 수상했어요.
김 "극본상도 좋긴 한데 팀의 공을 인정받는 작품상이 더 받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계속 작품상을 받고 싶어 했고요. 그러던 찰나 작품상에 '시그널'이 호명됐어요. 다들 엄청 기뻐했어요. 그 어떠한 상보다도 기분이 좋았죠. 극본상을 두고 경쟁했던 (김)은숙이가 캐나다에 있어서 시상식에 오지 못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시상식에 참석해서 직접 축하해줬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더라고요."
-수상 소감에 남편인 장항준 감독님을 언급하시더라고요.
김 "안 하면 삐질 것 같았어요.(웃음) 남편이 많은 도움을 준 게 사실이에요. 지금 일할 수 있는 저변을 넓혀주기도 했고요. 남편이 (수상 소감에서 언급하니) 좋아하더라고요."
-장현성 씨는 올해로 데뷔 23년 차에요.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기하나요.
장 "벌써 20년이 넘었어요? 징글징글하네요.
김 "옆에서 보면 오빠는 되게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캐릭터를 자기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죠."
장 "준비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궁리를 해보는 편이죠. 근데 이건 저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해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이에요.
장 "원래 꿈이 배우는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오히려 막연히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사춘기 때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죠. 학력고사 때 다 떨어져서 재수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친구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써보라고 하더라고요. 학교에 원서를 넣으러 갔는데 연극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을 봤어요. 너무 멋있는 거에요. 그래서 문예창작과가 아니라 연극과를 썼고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했어요. 연기를 시작한 건 대학 졸업 후 극단 '학전'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언제부터 작가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김 "중학교 때부터 소설 같은 걸 썼어요. 짝꿍이 그 소설을 읽더니 자꾸 중독된다면서 읽기 시작했고 반 전체가 봤어요. 나중엔 반을 넘어서서 전교에 돌았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직업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에 안 일어나는 직업이길 원했거든요. 고등학교 때 내신이 확 떨어졌던 이유가 1교시 시험을 못 봐서에요. 늦잠을 자서 시험을 못 봤거든요. 60명 정원에 45등으로 떨어진 적이 있어요. 대학교 때도 늦게 일어나 학사경고를 2번이나 맞았어요."
-악랄한 연기 너무나 인상 깊어요.
장 "어제 한 친구한테 문자가 왔더라고요. 한 포털사이트에서 '2016년 당신을 가장 화나게 한 캐릭터는'이라는 설문조사를 하는데 1위가 김의성 선배님이고 제가 2위, 3위를 왔다 갔다 한다고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절 2등 만들려고 투표했다고 하는데 그게 '시그널' 캐릭터였어요. 악역이지만 어떤 한순간을 기억해주고 아직도 그 캐릭터와 장면을 얘기해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김 "'시그널' 장면 중에 오빠가 립밤을 바르는 신이 있어요. 지문에도 없었던 거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너무 얄밉게 잘 표현했더라고요. 신을 제대로 살려준 장면이라 정말 고마웠어요."
-남편 장항준 감독님과는 어떠한 관계인가요.
김 "며칠만 지나면 결혼 19년째인데 데면데면한 관계에요. 요즘에 자주 못 봐요. 원래 다른 부부들치고는 많이 봤거든요. 365일 중 360일 거의 붙어 다니고 그랬으니까요. '유령' 끝나고 나서 제가 제 드라마를 쓰게 되면서 데면데면한 관계가 됐어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존중해줘요."
-올해 '무한상사'를 함께 작업하기도 했죠.
김 "(부부의 합작은) 이제 다신 안 할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누군가 한 명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위치였는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이젠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예능인들과 함께한 작업은 어떤 재미가 있었나요.
김 "제가 팬이었던 분들이에요. 제가 좋으니까 한 거거든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연기를 잘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에 비하면 생각보다 잘해줬어요. 그리고 같이 작업하면서 '무한도전' 스태프들과 제작진의 팬이 됐어요.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감탄했어요. 유재석 씨가 6시간 동안 뛰는 신을 찍었는데 올해 아시겠지만 정말 덥고 습도가 높았어요. 그런 곳에서 6~7시간 뛴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열정을 품고 잘해주셔서 작가로서 고마웠어요."
-예능에 또 도전할 생각이 있나요.
김 "예능을 또요? 왜 굳이.(웃음) 끝나고 나서 생각이 든 건데 '무한상사' 말고 다른 특집으로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작가의 경우 캐릭터가 그 작품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굳어진 캐릭터를 가지고 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그 점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굳어진 이미지를 버리고 했었으면 훨씬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김 "대본이 잘 안 써져요.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쓰나 싶어요. 너무 오래 걸려서 문제에요. 지금 1부 대본을 쓰고 있어요. 제가 그 전 대본을 어떻게 썼나 싶을 정도로 지문 하나 쓰는 것도 쉽지 않아요."
-요즘 스타작가들의 활약이 대단해요.
김 "최근 tvN '도깨비'를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역시 로코(로맨틱 코미디)에서 오는 매력이 만발'이라고 생각했어요. 공유와 김고은의 케미도 그렇고요.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모르겠어요. 저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분야인데 (김)은숙이 작품은 확실히 여심을 폭발시키는 그런 힘이 있어요."
-이제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새해 소망이 있다면요.
장 "내년에 하는 작품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게을러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생각하는 게 너무 허황된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김 "저도 내년에 모든 일이 잘됐으면 좋겠네요."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이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