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아가씨'(429만)로 겨우 물꼬를 트나 싶더니 손예진 '비밀은 없다'(25만) 유승호 '봉이 김선달'(205만)도 실패의 그림자를 피하지 못했다.
여름시장도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마찬가지. '인천상륙작전'으로 겨우 경쟁작들을 막은 CJ엔터테인먼트는 '고산자, 대동여지도'(97만)와 믿었던 '아수라'(260만)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절치부심, 전략적이고 전투적인 체계를 펼쳤다.
그 결과 조정석 도경수 '형'(298만)은 흥행에 성공,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마스터'는 일찌감치 손익분기점 370만 명을 넘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마스터'가 2017년 1000만 돌파에 성공한다면 CJ엔터테인먼트의 불운 역시 함께 씻겨 나가지 않을까.
NEW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부산행'의 1000만 돌파로 여름시장까지 가장 주목받는 배급사였지만 사실 상반기 영화 성적은 결코 좋지 않다.
100억 대작의 임시완 고아성 주연 '오빠생각'(107만)부터 흥행에 실패했고, 심은경 '널 기다리며'(64만), 류덕환 안재홍 '위대한 소원'(31만), 김명민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24만)도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막을 내려야 했다.
'부산행' 효과를 누릴 것이라 예측된 애니메이션 '서울역'(15만)과 표절 해프닝에 휘말린 애니메이션 '달빛궁궐'도 15만 명을 동원했고, 김기덕 감독 '그물'(6만)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부적으로 1000만 돌파를 예측했던 '판도라'는 손익분기점은 넘길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박 흥행은 물건너 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경쟁을 떠나 모든 영화인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배급사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 된다.
이성민 '로봇, 소리'(48만), '해어화'(49만), '사냥'(65만) 모두 100만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560만 관객을 끌어모은 '덕혜옹주'를 통해 기사회생 했지만 김윤석 변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지고 투자 제작 배급사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한 영화를 바라는 관객들의 필요조건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 상업 영화로서 흥행까지 당연히 신경써야 한다. 의도와 시도는 좋지만 관객들이 외면하면 결국 실패한 영화로 끝난다.
올해는 '곡성'을 배급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밀정'으로 첫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성공까지 거둔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등 수입 배급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견고한 투자사가 늘어나고 해외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거세지는 만큼 여러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네 배급사는 2017년 선보일 비장의 무기들을 준비 중이다. 올해의 실패를 발판삼아 찬란했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