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의 이 표현은 프로스포츠 사상 첫 '해넘이 경기'에 대한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잘 묘사하고 있다.
2016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서울 SK전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됐다. 경기 결과는 원정팀 SK가 홈팀 오리온을 77-74로 물리치고 승리를 챙겼지만 두 팀 모두에게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KBL 출범 이후 최초로 열린 오후 10시 경기가 갖는 의미는 그만큼 컸다.
KBL은 '새해를 농구 코트에서 맞자'는 의미로 2016년 12월 31일 열리는 마지막 경기인 오리온-SK전의 경기 시간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했다. 참신하고 또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KBL은 물론 그 어떤 국내 프로스포츠도 이처럼 늦은 시간에 경기를 치른 경우는 없었다. 선수단 이동이나 관중들의 편의 문제 등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시도할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KBL과 10개 구단 사이에 '새해맞이 경기'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음에도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지난달 19일 10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에서 다시 '새해맞이 경기' 얘기가 나오자 긍정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한 번 해보자'는 의욕적인 목소리가 우려의 목소리를 지웠다. 프로농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 때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군림하며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프로농구지만 요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연이은 은퇴와 경기력 하락,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로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침체기에 빠진 프로농구를 살리려면 어떻게든 관중의 눈을 코트로 끌어당겨야 했다. KBL과 10개 구단이 우려의 시선을 뒤로하고 '새해맞이 경기'를 적극 추진한 배경이다.
실행을 결정한 KBL은 대상경기도 신중하게 골랐다. 첫 시도인 만큼 관중의 편의를 최대한 우선시하기 위해 수도권 구단 간의 경기인 오리온-SK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이에 오리온과 SK 두 구단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기 개최가 결정됐다. 한번 결정되자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오리온은 물론이고 원정팀인 SK도 이날 경기를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았다. 인터넷 예매분 2400장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경기 당일은 현장 판매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인원은 입석을 포함해 총 6083명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 이후 처음으로 매진(5600석)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반신반의 속에 이날 경기를 준비한 오리온 관계자도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이벤트이니만큼 KBL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KBL 역시 기대 이상의 결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프로농구에 '새해맞이 경기'라는 새로운 전통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KBL 관계자는 "고양이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아 분위기 측면에서도 좋았고 흥행도 잘 돼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매년 새해맞이 경기를 정례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1경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3경기 다 '새해맞이 경기'로 치를 것인지를 긍정적이고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게 KBL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