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왼쪽) 신임 SK 감독이 지난해 10월 29일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선수단 상견례를 하고 있다. 김민 운영팀 매니저가 힐만 감독과 투수 박희수(오른쪽) 사이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SK 제공
'소통.' 2017시즌을 준비 중인 SK에 특히 중요한 단어다.
SK는 지난해 10월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트레이 힐만(53) 휴스턴 벤치코치를 제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일본 니혼햄 감독(2003년~2007년)을 역임했던 힐만은 아시아 문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이에 김민(35) 운영팀 매니저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올해 힐만 감독의 전담 통역을 맡는다.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김 매니저는 2015년 12월 SK 구단에 입사했고, 2016시즌 외국인 투수 파트 통역을 맡았다. 1년 만에 중책을 맡은 그는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 선수 통역과 감독 통역에 다른 점이 있다면. "포지션 자체가 다르다. 비교하자면 감독 통역은 통역이라기보다는 비서실장 같은 느낌이랄까?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감독의 귀, 손, 발이 돼야 한다. 감독의 생각을 처음 듣고 전달하는 게 통역 아닌가. 24시간 스탠바이 해야 할 것 같다."
- 책임도 큰 자리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해 주시더라. 어렵게 생각하면 끝없이 어렵다. 어쨌든 내 의무고 과제다."
- 자부심도 크지 않나. "부담보다 자신감이 크다. 좋은 기회다. 감독님과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가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 옆에서 지켜본 힐만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만난 시간이 길지 않아 모든 걸 알 순 없지만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한 분이다. 생각이나 주장, 관점을 표현할 때 '옳고, 그르다'를 떠나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더라. 논의할 때는 항상 여유가 있었다. 서로 아는 걸 공유하면서 대화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상대방이 경청할 수 있게 유도도 잘한다. 무엇보다 가정적이다."
- 처음 외국인 감독이 온다고 했을 때 어땠나. "반가웠다. 힐만 감독은 미국 분이고 경력도 화려하다. 미국에서 내가 살았던 오클라호마와 멀지 않은 텍사스 출신이었다. 대화하면서 편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 통역과 관련해 따로 부탁을 한 선수는 없었나. "구장에서 잠시 상견례할 때 선수들이 감독님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잘했다. 아직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에 가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웃음)"
지난해 10월 29일 선수단 상견례에서 트레이 힐만 감독과 박정권 사이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김민 매니저의 모습. SK 제공 - 통역 노하우가 있다면. "정확하게 전달하고 말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메릴 켈리를 예로 들자면, 경기에 졌을 때와 이겼을 때 분위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심리 상태, 기분이나 컨디션도 항상 체크해야 한다. 통역을 시작하면 상황에 120% 집중한다. 하나라도 놓치면 내용이 잘못 전달될 수 있다."
- 야구단 통역을 업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는 꾸준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왔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래전부터 통역을 비롯해 스포츠 비즈니스와 매니지먼트 직업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 통역으로 첫 시즌을 보냈다. 어땠나. "통역 이전에 야구단의 일원으로 한 해를 보냈다는 게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첫 번째로, 즐거웠다. 통역 업무의 중요성은 미국에서 지낼 때부터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미국인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며 다양한 생활 패턴과 성격을 관찰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미국에 친한 친구가 많다. 준비를 타이트하게 했다. 그래서 처음에 부담감이 적었다."
-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나. "아버지 직장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 1학기까지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학교를 다녔다. 6학년 2학기에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년 시절을 거의 미국에서 보냈다. 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잠시 다니다가 SK 구단에 입사했다. 군대는 다녀왔다."
- 미국에서 좋아했던 야구선수가 있었나. "타자는 데이비드 저스티스다. 미국에 있던 시절 애틀란타가 강팀이었다. 투수는 톰 글래빈과 존 스몰츠, 그레그 매덕스가 유명했다. 셋 중 가장 좋아했던 투수는 글래빈이었다. 꾸준하게 잘 던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리틀야구 선수로 뛰었다. 오래 하진 않았지만 재밌었던 추억이다."
- SK 팬들은 켈리를 향한 궁금증이 많다. "정말 꾸준하다. 그 꾸준함을 만들기 위한 준비도 철저하게 한다. 쉽게 말해 프로페셔널하다. 사소할 수 있지만 꼼꼼하다. 준비 자세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