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 해'는 흔히 '스포츠 보릿고개의 해'라고 한다. 월드컵과 올림픽이 짝수 해에 열리기 때문에 홀수 해는 '메가 이벤트'를 즐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연중무휴, 쉴 새 없이 달리는 스포츠의 세계에는 홀수 해에도 변함없이 바쁘다. 2017년 역시 마찬가지다. 정유년을 맞아 올 한 해 동안 한국 스포츠가 맞이할 장면들을 미리 그려 본다.
◇ 미리 보는 겨울올림픽
올해 시작부터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은 강원도 평창이다. 바로 이곳에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평창겨울올림픽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겨울올림픽 개막은 2018년 2월이지만 평창은 벌써 준비에 한창이다. 올림픽 직전 해인 2017년엔 각 종목 테스트 이벤트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1월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7 극동컵 회장배 국제스키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4월까지 총 22개의 크고 작은 테스트 이벤트 대회가 치러진다. 한국 선수들은 물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장을 미리 경험해 보기 위해 평창을 찾을 예정이다. 사실상 '평창겨울올림픽 맛보기'인 셈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회는 오는 2월 9일부터 12일까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다. 평창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를 비롯해 이승훈(29·대한항공), 김보름(24·강원도청) 등이 총출동한다. 장거리 세계 1인자 스벤 크라머(31·네덜란드)의 모습도 강릉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외에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와 스노보드 월드컵 등 다양한 겨울스포츠 국제 대회가 열려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둔 한국 선수단은 테스트 이벤트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오는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일대에서 열리는 겨울 아시안게임이다. 2011년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알마티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6년 만에 치러지는 대회다.
이미 이상화와 이승훈, 김보름 등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들과 심석희(20·한국체대), 최민정(19·서현고) 등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들이 출격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은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최국의 자존심을 걸고 종합 2위 달성을 노리고 있다.
◇ 박태환과 박인비, 부활의 해
여름이 다가오면 부활을 꿈꾸는 스타들의 도전이 이어진다.
도핑 파문으로 최악의 해를 보내야 했던 박태환(28·인천시청)은 올해 7월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한 부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며 영웅으로 떠올랐던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도핑 파문에 휩싸였다. 선수로서 명예가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대한체육회(IOC)의 징계로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꿈도 물거품이 될 뻔했다. 법적 공방까지 간 끝에 겨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했다.
심기일전한 박태환은 올림픽 이후 호주에서 강도 높은 훈련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 4관왕,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에 오르며 부활 가능성을 보였다.
오는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박태환의 부활 가능 여부를 가늠하는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던 이전 대회들과 달리 이번 대회에는 리우 올림픽 400m 자유형 금메달리스트인 맥 호튼(21·호주)을 비롯해 쑨 양(26·중국), 가브리엘 데티(23·이탈리아) 등이 모두 참가한다.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골프 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도 올해 '완벽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내내 왼손 엄지 인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박인비는 통증을 이겨 내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지만 그 후유증으로 여러 대회에 불참했다. 때문에 세계 랭킹 1위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여제'의 명예에 상처를 입었다.
"올해 완벽하게 부활하는 게 목표"라고 선언한 박인비는 2017년 2월 LPGA 혼다 타일랜드 대회 출전을 목표로 재활 중이다. 재활 과정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부활은 순조로울 예정이다. 그가 목표로 삼은 것처럼 올해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고 몸 상태와 경기 감각만 되찾으면 다시 한 번 '세계 랭킹 1위'의 박인비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밖에도 프로스포츠 모든 종목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치열한 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프로축구 K리그는 '폭풍 영입'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클래식 승격팀 강원 FC의 돌풍을 기대해 볼 만하고, 프로농구는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의 2연패 달성 여부가 관심거리다.
정유년에는 월드컵과 올림픽이 없지만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스포츠에 열광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