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위는 너무 멀어졌다. 그런데 2위는 다들 가깝다. 새해를 맞아도 변함 없는 여자농구 판도 얘기다.
2016∼20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가 '2위 전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1위에 올라있는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갖췄고, 나머지 팀들이 일제히 그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패배를 잊은 우리은행은 지난해 단 한 번 밖에 지지 않으면서 18승1패로 압도적 1위를 질주 중이다. 개막 전까지 우리은행의 대항마로 손꼽혔던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초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대형 센터 박지수(19)를 영입한 청주 KB스타즈도 조직력을 다듬는 과정에서 고전하며 뒤로 처졌다. 사실상 우승 경쟁은 이미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신 2위 경쟁은 더 재미있어졌다. 일단 각 팀의 현실적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3위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여자농구는 이번 시즌 팀당 35경기씩 총 105경기를 치르는데 정확히 절반의 경기를 소화한 현재 2위부터 6위까지 각 팀들간 승차는 적게는 0.5경기, 많아도 3경기 정도에 불과하다. 남은 경기에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상치 못한 '다크 호스' 부천 KEB하나은행의 등장은 2위 전쟁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1라운드 전패로 유력한 '꼴찌 후보'였던 하나은행은 2라운드부터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순위를 끌어올렸고, 지난 12월달은 상승세에 한층 불이 붙었다. 이 기간 동안 4연승에 성공한 하나은행은 2위 자리를 꿰차면서 다른 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물론 한 발 앞서 있다고 해서 2위 전쟁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추격자들과 거리가 좁은 만큼 언제 2위 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2~4위권을 오가고 있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은 새해를 맞아 의욕을 다지는 중이다. 두 팀 모두 연승 연패가 잦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어느 한 팀이 연승을 거두면 금세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연패에 빠지면 최하위로 밀려나는 것도 순간이다. 5, 6위에 처져있는 팀들도 마찬가지다. 구리 KDB생명 위너스나 KB스타즈 모두 분위기를 타고 연승에 성공하면 단숨에 2위권까지 도약할 수도 있다.
씁쓸한 것은 이러한 '2위 전쟁'이 리그의 하향 평준화에서 기인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한 여자농구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매 시즌 큰 변화 없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는데 다른 팀들이 그 뒤를 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고 평하며 "왜 2위 다툼이 치열해졌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