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44) 장쑤 쑤닝 감독 이야기를 꺼내자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주저 없이 내뱉은 말이다. 두 감독은 K리그에서 '악연'으로 유명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최강희 전북 감독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두 번씩 우승을 거두며 팽팽한 2강 체제를 만들었다. K리그는 두 최 감독의 '라이벌 시대'였다. 2014년 전북이 다시 우승을 할 때도 서울이 끈질기게 괴롭혔다. 2015년 중반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날 때까지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최용수 감독이 K리그와 이별하면서 두 감독의 전쟁은 끝난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질긴 악연은 2017년에도 이어진다. 운명의 장난이다. 전북과 장쑤는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1차전에서 격돌한다. 두 감독은 오는 2월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재회한다.
최강희 감독은 먼저 악연의 추억을 꺼내들었다. 그는 "최용수 감독의 서울과 붙으면 항상 힘들었다. 서울이 수비적인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그것을 깨기 위해 정말 머리를 많이 썼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용수 감독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극적으로 나온 경기가 많았다. 전북에 이기기 위해 한 골 승부, 역습 등을 추구했다"며 "그래서 서울과 붙으면 전북은 경기 운영과 방향을 다 잃어버렸다"고 호쾌하게 웃었다.
최용수 감독을 잡기 위해 최강희 감독도 철학을 버려야 했다. 그는 "서울에 승리하기 위해 내 스타일도 버렸다. 서울전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오직 승리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7월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자 최강희 감독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그는 "최용수 감독이 중국으로 가서 속으로 좋아했다. 앞으로 서울을 만나도 내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ACL 한 조에 묶이자 "반년을 못가서 또 만난다. 그것도 ACL 첫 경기다. 정말 흥미로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최강희 감독은 장쑤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장쑤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비싼 외국인 선수 등 좋은 선수들도 많다"고 경계하면서도 "하지만 전북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홈에서 첫 경기다. 엄청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나 보다도 최용수 감독 머릿속이 더 복잡할 것"이라며 은근 자극했다.
그는 최용수 감독과 대결 외에도 '축구 굴기' 중국 슈퍼리그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ACL 왕좌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슈퍼리그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그는 "중국이 막대한 돈을 리그에 쓰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K리그가 위험하다. 한국 선수의 수준과 조직력으로 버티기에 한계가 온다"고 강조했다.
최강희 감독은 중국의 여러 변화를 느낀 것 같다. "예전에는 중국팀을 이기기 쉬웠다. 중국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는 60분 이후 승부를 걸면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 선수들에게 이런 모습은 없다. 최근 베이징 궈안, 산둥 루넝 등과 붙을 때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는 중국 축구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최강희 감독은 "중국에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오면서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바뀌고 있다. 지금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없다"며 "또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고 배우면서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제 멋대로 행동하던 중국 선수들이 존경심을 가지고 따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CL 2연패를 위해 가장 껄끄러운 적은 역시나 광저우 에버그란데다. 최강희 감독은 "아직은 광저우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도 강하지만 중국 선수 대부분이 국가대표"라며 "광저우는 기복이 없는 팀이다.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