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은 오는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 '다크 옐로우'로 관객을 만난다.
그는 '다크 옐로우'라는 타이틀로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개인전은 그가 지난 2009냔 발매한 뉴에이지 작곡앨범 '숨1-소품집'과 2015년 발매한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의 악보 및 사운드와 '다크 옐로우' 그림들을 융합한 전시다.
전시를 시작하며 구혜선은 취재진 앞에 섰다. 결혼 후 첫 행보다. 남들이 보기에 그저 행복해보이기만 한 구혜선은 옐로우가 왜 다크해야만 했는지를 설명했다. 다음은 구혜선과의 일문일답.
-개인전 연 소감은? "나이를 먹으며 결과물을 보여드리는 게 쉽지 않다. 전엔 굉장히 신났었는데, 설렌 느낌과는 다른 떨림이 있다. 긴장이 많이 된다."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2016년 꼬박 1년을 썼다. 이전의 작품들은 스케치 위주였다. 추상적인 이미지보다 질서있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삼각형이 선으로 이뤄진 도형인데, 균형이 맞는 도형이다. 삶에 대해 삼각형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살든, 어떤 식으로든 균형은 맞다. 추구하는 자유도 편한 것들이지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엔 산만했다고 하면, 요즘은 디자인적인 것들을 더 추구하게 된 것 같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사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안 하고 싶었다. 참고 참다 보니 주변에 (영감이) 널려지게 되더라. 내 인생이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한 붓으로 작업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처음엔 목적없이 시작했다. 삶에 대한 집착이, 내면적인 것들이 (작품으로) 나온 것 같다. 채우기 보다 여백을 두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며 그림 도구 이외엔 많은 것들을 버렸다. 결혼을 하면서도 뭘 표현한 것을 내놓으면 과시나 자랑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비우고 작업했다.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계획하지 않은 그림들이었지만 통일된 결과가 나오게 됐다."
-'다크 옐로우'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어렸을 때 노란색을 가장 좋아했다. 노란색을 다크한 느낌으로, 내가 갖고 있는 내면의 어두운 성향을 노란색과 섞었다. 전체적 컬러가 옐로우다. 이런 전시를 하며 나도 꿈을 꾼다. 이 꿈을 더 이상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꿈이 생기면 힘들다. 욕심나고 이루고 싶으니까. 어렸을 때 꿈꾸던 옐로우가 아닌 다크한 옐로우가 작품으로 보여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꿈을 꿨나. "어렸을 땐 막연한 꿈이 있었다. 막연히 가다 보면 무엇이 될줄 알았다. 시도했지만 다 잘 되지는 않았다. 연기자로 알려진 부분보다는 시도는 손실이 컸다. 실패가 계속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졌다. 그러다보니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꿈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아내는 과정에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생각보다 쿨할 줄 알았는데, 시간 지나니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희망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같은 경우, 핑계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서 생기는 무기력감이 있다. 보여줄 데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어떤 이들에겐 내 꿈이 상처가 되기도 하더라.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 하고 또 실패하고 또 얻어맞는다. 상처가 되는 시간도 있었고, 계속 해야 한다는 마음도 복합적으로 들었다."
-마음이 변한 계기가 있나. "잘 안돼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어차피 나는 실패하게 돼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의외로 편해졌다. 어차피 욕은 먹을 거라는 마음이다. 전엔 결과가 중요했다. 결과, 흥행, 소득이 중요했는데, 나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이런 일들이 죽기 전까지 내 인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달라졌다."
-본업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중에겐 배우가 본업으로 보이겠다. 어찌됐든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배우다. 사실 직업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결혼의 의미는? "결혼 후 언론 앞에 나서는 것도 처음이다. 더 독립한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라는 일을 하게 되면 대중의 사랑을 계속 받고싶기 때문에, 내가 살아가는 인생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본인이 무얼 위해 살고있는지 모를 순간들이 있다. 결혼은 나에게 독립적 움직임이었다."
-삼각형을 그린 이유는. "질서가 있는 자유를 추구한다. 어떻게 돼도 균형이 맞춰졌으면 좋겠다. 삼각형은 사각형의 균형과는 다른 무게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서리가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균형이 맞다. 최근 집을 짓고 싶어서 집을 그렸는데, 삼각형과 사각형이 모든 구조에 있더라. 일상들의 질서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그런 식으로 상징하게 됐다."
-어떤 것들이 구혜선을 힘들게 했을까. "의미를 찾고 싶었다. 왜 사는지, 왜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지."
-남편 안재현과 결혼 생활은 어떤 영향을 줬나. "결혼 생활이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결혼 생활과는 상관없이 나는 나로 있었다. 로맨틱하고 판타지한 생각을 하며 사는 편이 아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이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남편은 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움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