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동이'(2010)에서는 단아한 인현왕후였다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에선 허당 매력을 제대로 보여 줬다. 가장 최근작인 tvN 드라마 '혼술남녀'(2016)로는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짠내' 가득한 젊은이를 연기했다. 또 지난해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현직 군인 못지않은 활약을 떨치며 주목받았다. 이처럼 매번 변신을 감행하지만 그 변신은 항상 설득력을 얻는다. 데뷔 13년 차 박하선의 내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혼술남녀'가 성공을 거둔 후엔 '흙수저의 대명사'가 됐다. 극 중 반지하 방에서 혼자 맥주를 홀짝이던 그는 노량진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현실적인 20대였다.
실제로 만난 박하선은 "아무리 그래도 흙수저는 좀 그렇지 않나요"라며 크게 웃어 보였다. 브라운관 밖으로 나온 박하선 또한 변신의 귀재였다. 드라마 속 '짠내'를 풍기며 허당기 많은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수다 본능을 뽐내며 시트콤 같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발랄한 스물아홉 살이 있었다.
- 플라잉 요가를 노후 대책으로 세웠다고요. "배우는 불안한 직업이에요. 비정규직이고 프리랜서죠. 그리고 애 낳고도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더라고요. 요가 자격증을 따면 제 운동도 할 수 있는 거고요. 겸사겸사죠. 국제 자격증이라 외국에서도 할 수 있어요. 아줌마가 돼도 몸을 예쁘게 유지하고 싶어요."
- 그래서인지 '혼술남녀'에서 아크로바틱한 키스 신이 등장했죠. "아크로 요가를 하긴 해요. 다음엔 아크로 키스 신? 항공 키스 신?(웃음) 수중 키스 신을 찍으려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따야겠네요."
- 춤도 잘 춘다면서요. "잘 춘다기보다는 춤을 좋아하죠. 배우들은 쫑파티나 시파티 때 노래방을 꼭 가요. 작가님들이 평소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어설프게 추느니 그냥 아이돌 춤 같은 것을 준비해 가요. '혼술남녀'에선 황우슬혜 언니가 춤을 정말 잘 춰서 경쟁심 같은 마음도 생겨서 더 열심히 했죠. 그래서 제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역은 누군가요. "하석진씨가 최고였어요.(웃음) 깔끔하고 편해요. 기 싸움 하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배려도 많이 해 주세요. 혼술(혼자 마시는 술, 그런 행위)하는 장면만 찍다가 같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 줘야 하니?'라면서 적극적으로 물어보시더라고요."
- 삭발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면 여주인공이 삭발을 하잖아요. 그런 걸 정말 해 보고 싶어요. 아니면 액션 연기 할 때 삭발해도 되고요. 고등학교 때 반삭발한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살면서 한번쯤 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요. 아픈 역할인데 정말 좋은 시나리오라면 무조건 머리 밀죠."
- 사극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한옥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상봉동에서 살았어요. 집이 한옥이었는데 그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요즘 친구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거잖아요. 연탄보일러가 있었고 비 올 땐 물이 고여서 직접 물도 퍼냈어요. 부엌도 밖에 있고 쥐도 있는 그런 집이요. 고 3 때 돼서야 아파트로 이사 갔어요. 그래서 사극이 좋아요."
- 2년간 공백기가 있었어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에요. 자리를 잡으면 작품을 선택한다지만 언제 또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르고요. 많이 지쳐 있었어요. 10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니 나라는 사람이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촬영을 기다리던 영화가 무산되기도 했고요. 공백기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거죠. 공백기에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예전에 바쁠 땐 '잠 못 자. 힘들어'라고 불평했는데 이젠 잠을 못 자도 행복해요. 사실 정말 힘들지만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했어요. 전에는 주변 스태프가 걱정해 주면 짜증을 냈어요. 귀찮고 나 힘든 것만 생각했죠. 이제는 그 배려의 한마디가 고마워요. 공백기가 없었다면 이런 감사함을 몰랐겠죠."
- 10년간 왜 그렇게 지쳐 있었나요? "일을 그만두고 싶고 쉬고 싶었던 건 사람에 치여서예요. 어딜 가든 꼭 한 명씩 이상한 사람이 있잖아요. 그 이상한 사람이 저일 수도 있고요. 마지막 작품을 할 때는 이상한 사람이 한 세 명은 됐었어요. 정말 못 견디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