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세계는 냉정하다. 인기있는 스타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10년을 해도 20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음악인으로, 또 '무한도전' '런닝맨' 멤버로 지난 10여 년 간 숨가프게 달려 온 하하는 여전히 스스로 무한도전 중이다.
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 하하는 감춰졌던, 감출 수 밖에 없었던 예능인들의 비애를 털어놓는가 하면, 현실을 직시하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 시켜 눈길을 끌었다. 고마워할 줄 알고, 또 감사할 줄 아는 지금의 하하는 여러 인생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보는 시청자들은 즐겁지만 하는 예능인들은 그 뒤에서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유독 뛰고 구르는 등 유체적인 활동 능력을 필요로 하는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모든 출연진들의 몸상태를 흡사 운동선수처럼 만들어 놨다. 체력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부상이 운동선수 뺨친다. 하하는 목 디스크가 터졌고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허리를 고정시키는 복대는 필수였다.
하하는 "목 디스크가 심해져 시술까지 받았다. 7번 디스크가 심하게 터졌다"며 "근데 아프다고 말을 못했다. 왜냐하면 다 이런 줄 알았다. 의사선생님이 과장했을 수도 있는데 마비 올 뻔 했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재석이 형은 발목 돌아가 있다. 발목, 허리, 목이 다 아프다. 개리 형은 어깨가 나갔고 팥빙수 컵을 이렇게 못 든다. 두 손으로 못 든다. 인대가 한 줄 끊어졌다"며 "뛰는 예능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우리는 다들 몸이 운동선수다. 근데 재활할 시간이 없다. 심하게 해서 뭔가 다치면 편집이다. TV에 안 나오는 거니까 말 못할 그런 것이 있다"고 밝혔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은 결코 정규직이 아니다. 능력이 뛰어나 오랜시간 사랑받는 슈퍼스타의 길을 아무나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하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 하하는 "처음부터 같이 활동했던 동료, 선배, 후배들 많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하는 "우리는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단 한 번의 실수에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늘 예민해야 하고 항상 곤두서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는 인기라는 것이 있다. 더 이상 대중들이 나에 대해 호기심이 없고, 함께 가는 나의 제작진들, 방송사가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끝난다"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하하도 과거 2년간 방송 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방황하고 비뚤어졌던 그를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20년지기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은 하하가 잘못된 길을 갈 때마다 중심을 잡아 준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하하는 "상균이라는 친구가 방황하는 나를 보고, 멋없게 사는 나를 보고 호되게 혼낸 적이 있다. 아직도 기억한다. 한남동 선술집 화장실이었는데 거기서 그 친구가 나를 한 대 때렸다"며 "'내가 얼마나 꼴보기 싫고 못난 행동을 했으면 이 착한 친구가 나를 때렸을까'라는 생각에 서러움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집 가서 엄청 울었다. 고마운 펀치, 인생펀치였다"고 진심을 표했다.
친구들은 골프선수를 꿈꿨지만 사고로 팔을 다쳤고, 액션배우를 꿈꿨지만 역시 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하하는 자신을 일으켜준 친구들을 위해 유재석 강호동 김종국 등 주변인들이 모두 말렸던 친구와의 동업을 시작, 보란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하는 "사람들은 나를 칭찬해준다면서 친구들을 잘 도와줬다고 하지만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 친구들 없었으면 나야말로 진짜 폐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강조해 남다른 우정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하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무한도전'이다. 상꼬맹이 캐릭터로 사랑받은 하하는 이제 김태호 PD도 인정할 정도 만큼 판을 까는데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하하는 "'무한도전'이 종영하는 날, 우리의 인기도 같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함께 있을 때 가장 빛난다"며 다시 한 번 현실을 직시했다.
하하는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돌아보며 "정말 숨가프게 달렸왔다. 최근에도 형들이랑 얘기했는데 '2017년은 또 어떨까' 싶더라. 평탄하기만 해도 될까 말까다. 제발 사고만 안 일으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무한도전'을 하면서 겸손이란 겸손은 다 배웠다. 자신감도 생겼다. 감정선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