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시즌과는 달리 국내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을 외면했다. 냉정하게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대신 외국인 선수 전력 확보에 집중했다.
한화는 10일 새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를 총액 180만 달러(약 21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오간도는 193cm·91㎏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투심과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정통파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5년 영입했던 에스밀 로저스보다 더 탁월한 성적을 남겼다. 2010년 텍사스에서 빅리그 데뷔해 이듬해 29경기에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특히 전반기에만 9승을 따내는 활약으로 2년 차에 올스타전에 등판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보스턴과 애틀랜타를 거치며 빅리그 통산 283경기에서 33승18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박종훈 한화 단장은 "오간도는 풀타임 선발 경력이 있다"며 "구단에서 꾸준히 프로포즈를 했다. 오간도 선수도 여러 제안을 받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한화 합류를 결정해 줬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투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빠른공에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던진다. 타이밍을 뺏는 커브와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있으면 좋은 승부를 할 것 같다. 몇 년 동안 팀 사정으로 인해 구원투수로 뛰었지만, 자신은 선발투수로 설 준비가 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거물 투수를 영입하는 만큼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오간도의 연봉 180만 달러(이하 구단 발표액)는 KBO 리그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은 에스밀 로저스가 지난해 한화와 재계약하면서 받은 190만 달러다. 작년 KIA에서 활약한 헥터가 동결된 17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오간도는 단숨에 최고 연봉을 받는 외국인 투수로 등극했다.
한화는 최근 세 시즌 동안 FA '큰손'으로 군림했다. 내·외부 FA 선수에 투자한 금액은 총액 기준 6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9년 연속 가을 야구에 실패하는 등 투자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박 단장을 영입한 구단은 외부 영입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올겨울에는 FA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공격적으로 나섰다. FA 시장에서 아낀 실탄을 아낌없이 썼다. 한화는 지난해 중심타자로 활약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총액 150만 달러(약 17억9000만원)에 재계약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요청대로 빅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는 투수 오간도를 데려왔다. 한화는 남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도 수준급 선수로 영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330만 달러가 투입된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은 500만 달러(약 59억7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오간도는 계약을 마친 뒤 "한화에서 뛸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며 "한화 팬들이 매우 열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팬들에게 인상적인 시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