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강원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만난 문창진(24·강원 FC)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93년생 닭띠 문창진은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올해부터 강원에서 뛴다. 자신의 해를 맞아 새 출발을 하게 된 그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닭띠인 제가 닭의 해를 맞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다."
문창진은 이렇게 얘기하고는 통 크게 웃었다.
작은 체격(170㎝·63㎏)에도 탁월한 볼 터치, 화려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왼발킥이 일품인 '테크니션' 문창진은 청소년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포항 유스팀 포항제철중과 포철공고를 거친 그는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서 4골2도움을 폭발시키며 박주영(32·FC 서울)이 맹활약했던 2004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신태용(47·현 U-20 대표팀 감독) 감독이 지휘한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문창진은 변함없이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는 올림픽팀의 일원으로 약 2경기당 1골(29경기·16골)의 뜨거운 골 감각을 과시하며 '신(申)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면 소속팀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2012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그는 5시즌(총 69경기·10골)을 보내며 4골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없다. 지난 시즌도 23경기나 출전했지만 겨우 3골에 그쳤다.
그런 그를 향해 포항 팬들은 '올림픽팀 전문'이라고 비꼬았다. 한때 '왼발의 달인'으로 통하는 염기훈(33·수원 삼성)을 이을 차세대 '왼발 고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문창진이 새해 새 팀에서 '왼발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직히 올림픽팀에 비해 K리그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프로 6년 차 선수가 됐고, 이제는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날아오르고 싶다."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다음은 문창진과의 일문일답.
- 새 팀에서 새해를 맞은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올해 강원에서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싶다. 그동안 올림픽팀에서는 문창진이라는 이름 석자를 많이 알렸다. 이제는 K리그다."
- 돌아보면 무엇이 가장 아쉽나.
"공격수인데 골을 많이 넣지 못한 게 아쉽고 팬들에게도 미안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뿐이다. 게다가 연차에 비해 출전 경기수도 적다."
- 올해 문창진은 어떻게 달라질까.
"거친 플레이보다는 테크닉 위주의 움직임을 선호해 '예쁘게 볼을 찬다'는 지적이 많았다. 플레이스타일을 완전히 바꿀 수 없겠지만 동계훈련을 통해 싸움닭 같은 면모도 갖출 것이다."
- 올림픽팀에서 보였던 공격 능력도 보여줄 때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우선 가장 집중하고 싶은 건 어시스트다. 동료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최대한 양질의 패스를 내줄 생각이다. 한 가지 더 신경쓴다면 수비다. 나는 그라운드에서 워낙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다. 올해는 수비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래서 동계훈련이 무척 중요할 것 같다."
- 강원 멤버 대부분은 이적생이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선수가 있나.
"(이)근호형이다. 근호형의 경기를 TV를 통해 많이 봤다. 나와 잘 맞아 꼭 같이 뛰어보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고 들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빠른 시간 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할 것이다."
- 올림픽을 넘어 성인 대표팀에도 도전해볼만 하다.
"너무 가고 싶다. 하지만 강원이 우선이다. 새 팀에 와서 적응도 해야 하고 감독님의 성향도 파악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팀에 녹아들어 대표팀 승선도 노려보고 싶다."
- 올해 목표는.
"왼발 하면 문창진이 떠오를 수 있게 만들겠다. 공격포인트도 데뷔 뒤 최고 기록인 골 7개, 어시스트 7개로 목표를 삼았다.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이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