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책의 '진짜 목표'는 월드컵이다. 프로축구 슈퍼리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목표로 향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시진핑(64) 국가 주석은 지난 2015년 3월 국가의사 최고 결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과 '월드컵 개최'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FIFA가 화답한 것이다.
FIFA는 지난 10일 평의회를 열고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 수를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국가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은 2002 한일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었다.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4.5장을 받던 아시아에 8.5장까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슈퍼리그를 통해 경쟁력을 올리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충분히 희망을 가져볼 만한 도전이다.
그리고 '축구 굴기'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진짜 노림수'는 첫 번째 월드컵 개최다.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이 '가장 유력한' 월드컵 개최 국가로 등극했다.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회다. 여기에 16개국이 늘어난다.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나 경기장이 더 필요하다. 추가된 16개 팀의 훈련장과 숙소, 월드컵 팬들을 위한 숙소, 교통 시설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48개국으로 늘어난 월드컵 인프라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공동 개최 의사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FIFA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공동 개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2026년 월드컵 개최지는 유치 의지를 보인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월드컵이 아시아 카타르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륙별 순환 원칙으로 중국이 개최국이 될 확률은 낮은 상태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미국마저 단독 개최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미국이 단독으로 개최하기에는 월드컵 수준에 맞는 경기장이 많지 않다. 캐나다 등과 공동 개최도 나쁘지 않다"는 미국축구협회의 의견을 전했다.
FIFA가 단독 개최의 뜻을 굽히지 않고 미국이 부담감으로 포기한다면 자연스럽게 중국에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아스'는 "중국은 2026년, 2030년 월드컵 개최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중국은 가능한 빨리 월드컵을 개최하고 싶은 의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2026년에 실패하더라도 2030년에 후보 0순위라는 것은 분명하다. 언제든 개최국이 된다면 자동으로 월드컵에 진출한다. 핵심 목표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 낼 수 있다. '축구 굴기 시나리오'대로 가는 셈이다.
중국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차이전화(56) 중국축구협회장은 "중국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 중국이(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FIFA가 중국에 이런 길을 열어주는 것은 돈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축구 열기가 뜨거우며 돈으로 무장한 중국을 월드컵으로 끌어들인다면 중국 기업의 스폰서 유치, 중계권료 폭등, 중국 팬들의 참여 등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FIFA가 얻는 수익은 최소 65억 달러(약 7조7000억원)로 분석된다.
'데일리 메일' 등 유럽 언론들이 "FIFA가 스포츠가 아닌 정치와 손을 잡았다. 돈의 월드컵으로 전락했다" 등의 비판을 쏟아 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