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익수'하면 이진영(37·FA)이다. 그는 지금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이진영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민 우익수'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 야구선수권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힌 그는 이후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또 1~3회 WBC 대표팀 일원이었다.
이진영은 대표팀에서 정교한 타격과 멋진 호수비를 여러차례 선보였다. 총 32경기에서 타율 0.286(84타수 24안타), 2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에 여러차례 좌절을 안겼다. '도쿄돔의 사나이'였다. 2006 WBC 예선 일본전 4회 말 주자 만루 위기에서 니시오카 쓰요시의 우월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했다. 며칠 뒤 열린 2라운드 맞대결에선 총알 송구로 홈을 파고들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잡아냈다. 오 사다하루 일본 대표팀 감독이 이진영의 맹활약에 "또, 저 우익수인가"라고 탄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후지카와를 상대로 2-2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듬해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대만전에서 1회 만루 홈런, 2라운드 일본전에선 다르빗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진영이 맹활약한 이들 경기에서 대표팀은 모두 이겼다.
하지만 2017년 WBC에선 아직 대표팀 주전 우익수 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의 합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WBC 1라운드는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그만큼 대표팀의 부담도 크다. 하지만 이진영은 "태극마크가 더 큰 힘을 줄 것"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는 16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WBC 대회다. 태극마크가 더 힘을 줄 것이다. 올해 WBC만큼은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우승을 한 번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WBC는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진영은 "야구를 하면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많은 혜택을 받았다. 남다른 것 같다"고 회상했다. '국민 우익수'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과분하다"고 웃었다. 그는 "태극마크는 분명 정규시즌과 다르다. 야구 선수로 국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한다.
이진영은 2013 WBC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표팀에는 이미 그의 후계자들이 있다.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민병헌(두산)과 손아섭(롯데)은 골든글러브를 매년 다투는 선수들이다. 예비엔트리에도 빼어난 선수들이 있다.
이진영은 손아섭, 민병헌과는 대표팀에서 함께 한 적 있다. 그라운드 밖에선 착한 후배인데, 야구장에선 독한 선수다. 대표팀에서 이미 고참급이다.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예상했다. 예비엔트리 선수 중에선 나성범에게 찬사를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다.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 최고의 외야수다. 정규시즌을 보면서 한편으론 부러웠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어 기대가 큰 선수다"고 했다.
이진영은 "좋은 후배들이 많다. 나는 이제 실력이 안 돼 대표팀 일원으로 국제대회에 못 나가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나라를 대표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뛰고 싶다"면서 "항상 간절하게 응원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