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7일 오전 2017년 제 1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KBO 야구규약 및 리그규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2017년 첫 이사회인 만큼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바뀐 규약 및 규정을 알아봤다.
◇임의탈퇴선수(규약 제 31조)
변화: '구단이 총재에게 임의탈퇴를 신청한 후에는 이를 철회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사례: 노경은은 지난해 4월 말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두산은 5월 10일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했다. 이를 접수한 KBO는 노경은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으나 선수가 임의탈퇴 승인 보류를 요청했다. 결국 나흘 뒤 두산은 KBO에 임의탈퇴 신청을 철회 요청했다. KBO는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두산은 5월 31일 롯데에 노경은을 주고 고원준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의미: KBO 관계자는 "임의탈퇴의 무게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구단과 선수가 이를 느껴야한다. 선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되고, 구단은 선수에게 신분이나 연봉 등의 변화를 정확히 숙지하도록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 임의탈퇴 신청→철회라는 KBO 역사상 유례없는 해프닝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함이다.
◇연봉의 증액 및 감액(규약 제73조)
변화: 연봉 3억원 이상인 선수가 부상 등으로 현역선수에서 말소된 후 치료나 재활을 마치고 퓨처스리그에 등록한 후 소속구단이 10경기를 실시한 다음날부터 감액하는 규정을 15일이 지난 다음날부터 감액으로 변경했다.
의미: 감액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했다. A선수가 부상 치료 후 퓨처스리그에 등록됐다. 그런데 10경기를 다 소화하기 전 소속팀 퓨처스리그 일정이 종료됐다. 이 경우 1군 종료 시까지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더라도 감액은 없었다. 이에 경기 수가 아닌 기간(15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연봉 감액 규정을 무효로 판단한 이상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BO는 공정위와 논의에서 규정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이에 감액 기준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바꾸는 것으로 시정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유해행위의 신고(규약 제 152조)
변화: 총재가 부정행위 및 품위손상 행위를 인지한 경우 또는 신고·확인 과정에서 해당직무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재가 결정될 때까지 즉시 참가활동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사례: 지난 시즌에도 몇몇 선수의 일탈 행위가 알려졌으나 사법기관의 처벌이 내려지기 전,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의미: KBO는 "구단이나 KBO에서 사실 여부나 혐의점을 확인, 이로 인한 품위 손상의 근거가 있다면 사법 판단 전에도 징계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결정이다"고 말했다.
◇품위손상 행위(규약 제 151조)
변화: 경기외적인 품위손상행위에 기존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외에 음주운전, 도박, 도핑을 추가했다. 또 152조(유해행위의 신고) 5항에 '부정행위 및 품위손상 행위를 인지한 경우 제재가 결정될 때까지 즉시 참가활동(직무)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사례: NC 이태양, 넥센 문우람, KIA 유창식이 각각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결국 참가활동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kt 오정복과 NC 테임즈가 각각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롯데 짐 아두치는 금지약물이 검출돼 방출됐다.
의미: 지난해 KBO리그는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리그, 구단, 선수의 이미지는 많이 실추됐다. 규정을 강화해 이를 방지함과 동시에 징계 가능 범위를 확대했다.
◇선수 계약의 체결 및 공시(규약 제169조 2항)
변화: 'FA 선수와 계약 체결 구단은 2일 이내 총재에게 계약서 제출, 총재는 계약서를 받은 후 2일 이내 계약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각각 '다음날'로 변경했다.
사례: 이번 겨울 A구단은 B구단에서 뛴 C선수를 FA 영입했다. 이에 B구단은 A구단의 D선수를 FA 보상 선수로 뽑는 것도 고려했다. 계약 공시가 마무리 되고 A구단으로부터 보호 선수 명단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발표 전날 D 선수가 군 야구단에 입대했다. 자연스럽게 군 보류 선수로 묶였다. 그래서 B구단은 E선수를 지명했다.
의미: 규정 변경으로 총 4일 이내 이뤄졌던 FA 계약 공시가 이틀로 줄어들게 됐다. FA 공시까지의 기간을 줄임으로써 원소속구단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KBO는 "FA 계약 관련해선 토, 일, 공휴일 상관없이 업무가 이뤄진다. 군 복무 제외, 군 제대 등록이 하루 이틀 차이로 (보상 선수 선택에) 혼란을 끼치지 않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KBO는 향후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40명) 축소와 1~2년차 지명대상 자동 제외, 그리고 FA 등급제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