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선보이는 첫 영화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스크린 컴백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데뷔 하자마자 주목 받았고 찬란하게 빛난 20대를 보냈다. 여전히 톱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그이기에 이렇게까지 수다스러운 배우였는지 미처 몰랐고 알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제가 감성 대비 공부가 부족한지라.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너스레를 떠는 여유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취재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는 배려도 의외성이 짙다. "예매율 1위면 좋은거죠? 개봉 때까지 떨어지는건 아니죠?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서요. 기자님들 말씀 녹음할 거예요!" 제발 영화 좀 많이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샘솟게 만든 시간이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현실이 영화를 잡아 먹었다는 말도 많다.
"우리도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실을 피해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편승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 결과가 어떻게 작용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현 시국이 아니었다면 어떤 합리적인 의구심은 안 가져도 됐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보여준 것 뿐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탄핵은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웃었던 것도 팩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박근혜 대통령이 똑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탄색을 당했다.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당시 국민의 심리와 고통, 공감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극과 극으로 생각하게 됐다."
-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때를 보면서 지금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촛불 시위도 그렇다. 의미가 재탄생 하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고 관객 입장에서는 그런 면에서 오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굿하는 장면도 그렇다. 같은 구경거리처럼 그려지기는 했지만 그저 영화적인 재미로 보는 것과 실제 뉴스가 연상돼 웃음이 터지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득이라면 득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게 안타깝기도 하다."
- 풍자면에서 영화가 조금 더 자유로운 면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저번에 '공중파'라고 이야기 했다가 한 번 혼났다. 지상파, 비지상파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하더라.(웃음) 관객, 시청자 구분하지 않고 '대중'이라는 큰 시선으로 봤을 때, 드라마는 공감 형태의 느낌이 큰 것 같다. 지상파에서는 보편적으로 그 감정을 이해 할 수 있는 공감대 높은 드라마를 많이 만든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비지상파다.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등 장르도 스토리도 신선하고 독특하다. 예를 들면 '응답하라'에서 (성)동일이 형이 '염병~'이러면서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나. 지상파에서 썼다가는 큰일 난다. 쓰더라도 후폭풍이 다를 것이다. 정서적으로 유해하다며 양복입고 올라가야 한다.
영화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시국이 이렇게 됐으니 CJ E&M과 JTBC 등에서는 조금 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만큼 풍자의 수위를 높이긴 힘들 것이다. 예를 들면 현직 대통령의 조롱을 얼굴을 직접 걸고 지상파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근데 영화는 가능하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가능성의 여부를 놓고 말하자면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더 킹'을 통해 9년의 공백을 쏟아 부었다는 평이 많다. 스크린 복귀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
"'영화 안 해야지' 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아시다시피 말년 휴가 때 '권법' 출연을 결정했고 오랜시간 준비했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배우들이 전역하기 전에 차기작을 확정하는데 나 역시 그런 패턴으로 '권법'을 택했고 나오자마자 제작사를 만나 미팅하면서 빨리 작업에 돌입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원래는 한 달만 쉬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조금 어긋났다."
- 다른 작품을 찾을 수도 있지 않았나.
"내 성향이 그런 것 같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성향 자체가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인드가 강하다. 어쨌은 주연 배우니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 주연 배우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감독님, 제작사 입장에서도 일을 진행하기 편한 부분이 있다. 어떤 그 내부적인 일이나 정치적인 것들은 내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묻지도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힘을 실어 드리고 싶었다."
- 기다림의 결과가 아쉽긴 하다.
"미뤄지고 또 미뤄지니까 나를 기다리는 팬 혹은 대중 분들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 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던 찰나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이 들어왔고 너무 좋아서 일단 바로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노 작가님 팬이라 안 할 이유는 없었다. '그 겨울, 사랑이 분다'를 마친 후 다시 영화를 볼까 했는데 작가님이 새로운 작품을 한 편 더 주시더라. 그래서 또 했다.(웃음)
그리고 나서 5개월 만에 '더 킹'을 택했다. 어떻게 보면 순리대로 갔다 싶기도 한데 영화 자체로만 따지면 차기작을 선보이는데 8~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것처럼 비춰질 땐 '그래도 나 일 했는데. 안 했던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도 든다."
- 태수가 권력의 정점을 찍으려 했다면, 조인성은 연기로 정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 있을텐데.
"당연히 있다.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가보고 싶다. 제주도 한라산도 있지만 멀게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도 있다. 그렇게 높은 산이 한 두 봉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이 파악했는지 파악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들었다. 끝도 없다고 한다.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 끝을 몰라 답답한 것인가.
"어느 정도는 자기 만족으로 끝내야 하는데 사람이니까 또 그렇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가장 발목 잡기도 한다. 잘하나 싶으면 옆에 송강호 선배가 계시고 가깝게는 우성이 형도 있지 않나. 그 비교가 나를 계속 힘들게 한다. 근데 어쩌겠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나를 교만하게 만들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볼 때는 어떤가.
"'후배 앞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무조건 내가 나아야 돼'라는 마음이라면 후배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너무 힘들다. 나 혼자 힘들고 나만 괴롭다. 그리고 점점 그 사람들을 안 만나려고 한다. 일단 동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의 장이 열린다. '이 친구들을 내가 가르쳐 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앉아 있으면 서로 불편하다. (이)광수도 그렇고 (도)경수도 그렇고, (송)중기, (김)우빈이 모두 그 정도 경험이면 나랑 비슷하지. 어제 데뷔한 아이들도 그저 예쁘다. 권위적인 태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애초에 나를 위해 내려놓게 되더라."
- '더 킹'을 통해 정우성 등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우성이 형은 데뷔 때 사무실 선배였다. 그 때는 나이 차도 8살이나 나고 더 대단해 보였다. 물론 지금의 우성이 형도 대단하시지만 그 때 나에게 정우성은 어떤 그 정점? 왜 남자들은 이해할 수 있지 않냐.(웃음). '비트' '태양은 없다'를 통해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봤고, 실제로 만났을 땐 눈만 마주쳐도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존재였다.
그 만큼 너무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좋다. 너무 좋아하는 선배 앞에서는 함부로 까불 수 없는 것처럼 그 때의 형은 다가갈 수 없는 분이었다. 이제는 나이가 먹고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니까 내가 알지 못했던 우성이 형의 모습도 보게 됐고, 힘들 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선배 한 명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
그리고 (배)성우 형은 우리 영화의 꽃이다. 형의 연기를 보면서 '와, 저건난 진짜 죽었다 깨나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고난 연기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류)준열이는 좋은 배우 한 명 나온 것 같아 애정이 간다."
- 800만 명을 돌파하면 '1박2일'에서 입수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차)태현이 형이 갑자기 등장하셔서. 하하. 근데 800만 명이 되면 기꺼이 할 것 같다. 스코어를 높이는 것이 정말 어렵지 않나. 그 후에 태현이 형을 실제로 만나 '당황했다'고 하니까 형이 '인성아, 800만인데. 그럼 당연히 해야지'라고 하시더라.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 800만 명인데 뭐는 못할까."
- '공조'와 박빙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일단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 경쟁도 사람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이 좋지. 누가 이기든 치열하게 싸워보고 싶다."
- 차기작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아무 것도 나에게 안 들어온다. 매니저에게 최근 시나리오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당황스러울 정도다. 나는 진짜 걱정이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드라마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좋은 작품으로 빨리 찾아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