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에서 파워풀한 걸그룹으로, 그리고 다시 배우로 자리를 옮겼다. 타고난 미모는 이주연(31)을 늘 주목받게 만들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쏠리는 시선은 준비없이 시작한 연예계 생활에서 오히려 독이 됐다.
연기돌이 아닌, 진짜 배우로서 다시 걷게 된 길은 역시 녹록치 않았다. 짓누르는 열등감에 힘들었던 시기도 견뎌내야 했다. 이 악물고 덤볐더니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반응이 오니 이젠 욕심이 생긴다.
회사에서 반대한 연극 무대까지 경험했다. 돌고 돌아 2017년 1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대표적인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과 SBS 드라마 '사임당'을 선보이게 된 이주연이다.
비중은 작고 분량도 많지 않지만 작품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 편집될 수 없는 캐릭터를 잘도 선택했다. 이미지 변신은 알아서 따라 올 선물. 영화·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섭렵하고 싶다는 이주연의 열정 게이지는 현재 120%다.
- '더 킹'에 이어 '사임당'까지 2017년 출발이 좋다.
"지난해 나름 열심히 일 했다. 두 작품 모두 큰 작품이고 기대작이었다. 우연찮게도 1월에 나란히 선보이게 돼 신기하다. 뜻깊은 2017년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 '더 킹'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먼저 오디션을 봤고 감독님으로부터 '일대 일 미팅을 갖자'는 연락이 와서 만나뵀다. 그 후 차미련 역할이 나에게 왔다. 어려울 수 있는 역할이었지만 감독님을 믿었고, 워낙 주인공들이 빵빵해 '이건 할 수 밖에 없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짓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 청순한 톱배우 역할이라고.
"엄청 핫 했던 톱스타이면서 청순의 대명사인 그런 톱 여배우로 나온다.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연기하기에 다소 어려운 요소가 있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 어떻게 준비했나.
"일단 참고할 수 있는 영화를 여러 편 추천 받았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짧고 굵게 등장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 신이었다. 감독님께서도 심혈을 기울여 찍어 주셔서 감사했다."
- 조인성·배성우와 호흡을 맞췄다.
"배성우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한재림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하게 촬영하시는 스타일이라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배성우 선배님이 상황을 편하게 만들어 주셨다.
조인성 선배님은 약간 낯설어 하셨던 것 같다. 나에게도 낯을 좀 가리셨다.(웃음) 나도 성격이 낯을 많이 가리는데 일할 때는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어색함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또 내가 후배니까 먼저 다가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 본인의 연기는 만족스러운가.
"촬영 회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하루 가면 밤새 찍어야 했다. 걱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와서 놀랐다. 남자 영화만 엄청 많은데 '더 킹'은 여자 캐릭터도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내가 시선을 끌 수 있는 역할을 맡은 것 같아 좋다."
- '사임당'에서는 어떤 역할인가.
"초반 현대신에서는 교수로 나오는 이영애 선배님의 제자인데 너무 짧게 나와 사실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웃음) 후반부에서는 조선시대의 철없는 옹주를 연기했다. 22회~23회 정도부터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 철없이 떽떽거리고 땡깡부리는 그런 옹주다."
- 기대가 클 것 같다.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찍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에 촬영했다. '더 킹' 보다도 먼저 찍었으니까. '지금 찍었으면 훨씬 연기를 잘 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 연기력에 대한 걱정인가.
"'사임당'은 분명 잘 될 드라마다. 내용이 재미있다. 기대작인 만큼 그 이상으로 잘 될 것 같은데 그럼 내 모습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지 않겠냐. '쟤 연기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극은 옛날에 무사 역할을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그 땐 과묵한 무사 역할이었다. 대사가 별로 없었다. 근데 이번에는 말을 엄청 많이 한다. 꼭 랩하는 기분이었다. 너그럽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 부담감이 상당했겠다.
"'사임당'을 촬영할 때 연극 첫 공연도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대본도 이거봤다 저거봤다 해야 하니까 힘들더라. 결국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에 100%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하기도 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인데 사극이라 그런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고 내가 막내급이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 한솥밥을 먹는 송승헌과 함께 출연했는데 도움을 받지는 않았나.
"오빠와 많은 신이 붙지는 않았다. 촬영장에서 마주쳐도 딱히 말을 걸지는 않더라. 오빠도 자기 것 하기 바쁘니까.(웃음) 많이 만나지도 못했지만 막상 마주쳐도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잘 챙겨주신다. 말투 자체가 스위트하고 젠틀하다. '어~ 그랬어~?' 이런 식이다. 무엇보다 굉장히 잘생기지 않았나.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